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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 돈과 멀어지지 않고 행복해지기
제윤경.정현두.박종호.김미선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한때 이런 광고의 패러디가 있었다.
"내게 힘을 주는 00카드야~"라는 CM이 나오던 카드사는 이젠 합병으로 인해 이름이 바뀌었지만 당시 이 노래를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게 빚만 주는 00카드야~"라는 노래로 개사해 불려졌었다. 우리는 현명했던 걸까. 아니면 어리석었던 것일까.
카드가 빚만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지갑속에 카드가 들어 앉아 있는 걸보면 바보같기도 하지만 생활하면서 카드 한 장 없는 것 또한 비상시에 큰일날 일처럼 여겨져 카드는 비상금처럼 구석에 짱 박혀 있다. 오늘도 여전히.
올바른 충고는 따끔하다. 하지만 바른 충고임을 알기에 따끔해도 끝가지 듣게 된다. 책이 우리를 향해 지적질 하는 것 또한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실천할 길 없었던 것들이기에 따끔했다. 신용카드는 돈을 쓰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쓰게 되는 악순환을 벗어날 길이 없는 가운데 악마의 유혹처럼 홈쇼핑은 또 카드를 꺼내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플러스, 요즘엔 세이브 포인트를 이용한 이른바 선포인트 사용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데, 나 역시 이용해보고 그 불합리함을 알아버렸기에 책이 알려주는 진실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당시에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주변에 소개까지 해가며 썼던 방법이 이용해보니 여기저기 카드사를 위한 약관에 막혀 별반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 카드 이용 금액 또한 일정치 않고 그리 많은 양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보니 상담사가 장담했던 혜택은 어느새 물건너 노저어가버렸고 뭔가 속았다는 느낌과 함께 해당 카드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버렸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광고까지 동원되는 요즘에도 카드사는 이미지 따위엔 아랑곳 없이 들어갈때만 친절하고 나갈때는 알바없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니... 이용자로서도 황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역시 공짜는 없고, 카드사는 손해보는 일따위는 하지 않았다. 책을 통해 요모조모 따져본 바에 의하면 "뜨아"스럽게 만드는 구석이 한두 구석이 아니었는데, 최고의 혜택을 미끼삼아 독이 되는 여러가지 카드를 발급받게 해놓고 애초의 그 혜택은 몇 달 뒤 사라지고 없다.
할인,포인트, 혜택. 이런 단어에 현혹되다보니 우리는 한 달 뒤, 열달 뒤의 빚을 오늘 즐거운 마음으로 사 모으고 있다. 현금을 이용하면 손해라는 카드사에서 심어준 생각을 고정관념삼아.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단 한번도 따져본 일이 없다니...이것이 더 위험하게 생각되어 반성에 반성을 더하게 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무엇을 평가 받는지도 모르고 평가 받고 있다는 신용 평가였다. 모든 금융기관으로부터 정보와 자료를 받아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기관이 민간 기업이며,평가를 위한 기본적인 정보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등급이 매겨지는 일방적인 관계에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 너도 모르고 나도 몰랐던 일이었을 것이다. 착한 신용을 위해 나의 소비패턴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겠지만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 구조적인 틀 역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결국 저자의 말처럼 착한 소비란 신용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자각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면 책은 그 첫 시작을 실천과 함께 선물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기존의 생각을 뒤집고 그동안 잘못 생각해왔던 것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었다. 적어도 내 소비생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됨으로써 책은 내게 생활의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