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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당신이 그립습니다 -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
KBS <김수환추기경이 남긴사랑> 제작팀.최기록 지음 / 지식파수꾼(경향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2009년 2월 16일은 우리 곁을 떠난 한 사람을 위해 대한민국이 눈물바다가 된 날이었다. 종교를 떠나 이념을 떠나 우리가 사랑했던 그 한 사람. 김수환 추기경은 마음 따뜻한 혜화동 할아버지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스승이며 가족이었고 지도자였다.
유머를 잃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사랑을 전하는 방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분. 나는 그분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그가 그리운 까닭은 그가 떠난 자리가 언제나 채워지지 않을 빈자리로 남아버렸기 때문이다.
종교간 혹은 종교 내의 파벌분쟁이 뉴스를 통해 보도될때마다 나는 법정스님과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을 떠올렸다. 그들은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고 미사에 스님이, 법회에 추기경님이 각각 참석하는 이상한 풍경을 연출하셨다.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고 흐뭇하게 만들었던 양 종교의 큰 어른들은 그렇게 비슷하게 세상을 떠나가셨는데 그들의 살아생전 좀 더 많은 말씀을 듣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리 모두의 바램처럼 지어진 제목,[김수환 추기경 당신이 그립습니다]엔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구에서 출생하여 일본과 독일로 유학갈 수 있었던 기회와 특별한 어머니의 특별한 바램, 시골 신부가 신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감동 사연 등등 추기경님이 지나온 자리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인정이 있고 사랑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살아온 격동의 세월이 무한한 감동으로 남게 된다. 해방전에, 전쟁 중에, 징병 으로도 그의 사람에 대한 사랑은 멈추질 않았는데, 무엇보다 그의 자질을 알아보고 그 길을 가게 만든 사람들과의 인연이 바로 하늘의 뜻이 아니었을까.
본당 시절, 시편 51장을 통해 깨달은 바 있었던 추기경님께서 "주님, 사실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 다른 길은 보여주지 않으시고, 오로지 이 길만을 보여주셨습니다. 주님 뜻에 따르겠습니다."라고 기도드린 구절을 읽으며 나는 신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준비 시키고 계신 것일까..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들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운 곳임을, 그들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계심을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소탈하고 인간적이었던 추기경 할아버지의 삶을 반추하며 알게 되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쓰임이 있기 위해서는 먼저 그 그릇의 크기를 키우신다는 사실을 또한 책을 통해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이렇게 먼저 알지 못하고 나중에 알게 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리운 이, 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기신 위대한 정신만은 가슴에 남겨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2011년 마지막 날, 나는 그가 남긴 사랑의 씨앗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통해 심겨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사람이 아프려고 하면 신체 중에서 가장 건강하지 못한 곳부터 상하게 되는데, 당시 시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이 가장 약한 곳이어서 우리가 그토록 힘겨운 고난을 겪으며 약동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꿋꿋히 살아남으라고 좋은 손길을 보내주셨는데 그 중 한 분이 바로 추기경님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