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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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다. 그는 1900년대 작가지만 2010년 지금의 우리는 여전히 그때의 그 작품들을 읽으며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플룻의 완벽함과 재미의 완벽함 게다가 시시하거나 올드하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 이야기 세련미까지....

사실 그가 만든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전혀 멋지지 않다. 아니 오히려 상상하면 할수록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더벅머리에 촌스러운 옷차림에 가끔 더듬는 말투하며 어딘지 모르게 시골스런 풍모가 느껴지는 탐정같은 예리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 

샤프한 홈즈나 세련된 루팡, 하다못해 깜찍한 코난에 비해 긴다이치 코스케는 할아버지 내지는 아저씨 냄새 풀풀 풍기는 조사원 같은 탐정이다. 하지만 이 아저씨가 등장하는 순간 우리의 가슴은 두근거리지 시작한다. "무언가 풀리겠구나~"라는 실마리와 희망을 함께 던져주기 때문이다. 수수한 탐정은 묘하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사건의 반전을 이끌어오고 우리의 앎에 대한 욕구를 120% 충족시킨다. 그래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번역되는 족족 손에 넣고야 만다. 절대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음으로...

[삼수탑]은 이름 그대로 머리 세 개가 모셔진 탑이다. 풀이만으로는 무섭기 그지 없지만 실제 머리가 아니라 조각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그 탑은 꽤 큰 건축물인지 사람 여럿이 들어서도 되는 방이 있고 그 아래엔 비밀 우물도 있다. 이 삼수탑에 신분 증명서가 있는 남자와 사랑하나 때문에 타락의 길을 걸어도 후회 없다며 사건 속에서 허우적대는 여자가 있다. 

어린 시절 양친을 잃은 오토네가 바로 그 아가씨다. 아름다운 아가씨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막대한 유산을 건네받게 되는데 조건은 단 하나, 다카토 슌사쿠와 결혼하라는 것. 한번도 본 적 없는 남자인데 그는 오토네의 약혼자라는 이유로 사체로 발견되고 이어 함께 유산을 받기로 한 친척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가운데 오토네는 이상한 남자에게 반하고 만다. 

본래의 이름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신분이 여럿인 남자와 살인 게임 속에 던져진 오토네는 범인으로 오인받아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고 결국 삼수탑까지 오게 된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중 애인과 우물에 갇히게 된 오토네를 구해준 것은 바로 어리숙해보이던 탐정 긴다이치. 

그 긴다이치를 통해 애인의 정체와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오토네는 해피엔딩의 인생을 살게 된다. 

최악의 연쇄살인은 처음 시작된 삼수탑에서 그 끝을 맺게 되는데, 고생 끝 행복이라는 표현이 바로 이 작품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속에는 인간이 어쩜 이리 추악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탐욕적인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과 대조적으로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권선징악적인 결말로 이어져도 시시하지 않은 까닭은 탐미성에 있다. 반전과 트릭은 발전해왔다해도 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찾기 힘든 것일까. 그가 자아낸 재미는 다작하면서도 전혀 허술해지지 않았고 같아보이는 작품 또한 단 한 작품도 없다.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한정적이라는 것이 슬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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