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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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픽션 1회 수상작 [하이킹 걸즈]는 특이한 성장소설이었다. 보통 가정에서 일탈하거나 사회에서 일탈하는 청소년들의 성장기가 주된 내용인 청소년 성장소설에서 그 무대를 중국 사막으로 옮겨놓다니...생각지도 못했던 도입부 스케일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첫문장부터 사로잡아라~!!는 정석이 바로 먹히는 순간이었다.

 

실크로드가 진짜 비단이 깔린 길인줄 알고 따라나선 은성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미혼모 엄마가 컴플렉스인 은성은 그래서 외할머니와 더 친하다. 가정사에 대해 뒷담화가 들리는 것을 젤 싫어하는 은성에게 부자집 딸내미 유지연의 깔짝거림은 그래서 화가 된다. 전치 12주만큼 때리고 소년원 예정코스인 은성을 구제한 것이 바로 실크로드였다.

 

실크로드. 중국에서 로마까지 비단과 향신료를 수출입했던 고대 장삿길로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 약 1,200킬로미터 정도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비행 청소년들의 처벌대신 도보 여행을 시켜 재범율을 낮추었다는 효과 때문에 이 길을 도보로 걷게 된 은성. 한살 어린 보라와 마귀할멈 같은 미주언니와 함께 여자 셋은 그렇게 실크로드를 걷게 되었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라고 투덜대는 은성과 달리 얌전한 모범생 같은 보라는 도벽 때문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꿈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훔쳐야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병을 앓는 아이였다. 게다가 과거 이들처럼 비행청소년이었던 네버엔딩 잔소리 대마왕 미주까지 합세한 길. 캐릭터만 훑어도 앞으로의 순탄지 않을 길이 훤히 보이는 여행길이 즐거운 까닭은 우리가 "독자"이기 때문이다. 사건과 사고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며 순간순간 감동 받고 해결되는 순간엔 박수치게 되는 축복받은 존재 "독자"

 

처음엔 투덜거림으로 일관하던 은성이 어느 순간부터 지친 미주를 보살피고 도망가는 보라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10일 걷고 하루 쉬어 넉넉하게 70일쯤으로 예상했던 여행이 보라의 탈주로 인해 80일만에 끝이 났다. 누군가는 세계여행도 할 시간인 80일.

 

하지만 이들의 80일 여행은 앞으로 남은 80년을 좌우할만한 아주 중요한 길이었고 시간이었다. 흔히 길바닥에 시간을 다 허비했다...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는데, 나는 이 소설 속에서 길바닥에서 시간을 주웠다...라는 반대 표현을 건져내고 있다.

 

성장소설은 주인공의 삐뚤어진 상처가 아물어갈때 감동을 전한다. 은성이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삐걱대던 엄마와의 갈등이 외할머니 사고로 극대화되어 터졌지만 돌아가는 은성의 마음엔 엄마를 향해 손내미는 어른스러움이 싹트고 있었다. 엄마에게 있어 자신이 "혹"이 아니라 "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은성의 말대로 "어른"이라는 자격증은 나이로 따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안 이 사실을 미리 알게 된 은성은 앞으로 얼마나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지...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박수를 보내게 된다.

 

성장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읽혀지지만 결국 읽는 이가 어른이든 아니든 우리 마음속 어린 부분을 성장시켜주는 힘은 동일하게 밝휘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 성장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나보다. 자라야할 마음이 아직 많이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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