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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위에서 다시 널 만날 수 있을까
노지혜 글.사진 / 바다봄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언어는 참 신비롭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상스럽게도 아름답게도 변모한다. 문학적 표현이나 시어의 아름다움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겠고... [ 이 길 위에서 다시 널 만날 수 있을까] 속의 언어들은 시어도 노랫말도 아니면서 우리를 감성의 바다로 촉촉 젖게 만든다.
같은 해에 태어난 우리는 결국 그녀의 방식으로 친구가 되었다....라는 꼬리표가 붙은 책소개. 이 소갯말조차 너무 맘에 들어 한 문장을 또박또박 읽어보게 만든다.
나를 떠난 당신에게도
당신을 떠나 보낸 나에게도 사랑은 필요하다
는 문장은 사랑을 해 본 이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영화감독 지방생인 료를 뜨거운 7월,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만났을 때 저자는 자기 사람을 한 눈에 알아봤던 것일까. 하지만 떠나보낼 이름인 것을 미리 알지는 못했으리라...
이래서 책에 실린 말처럼 사랑은 우리 인생을 숨쉬게 만드는 경험인 동시에 치명적 상처를 줄 위험도 도시린 것이 된다. 내가 머무르고 당신이 도착해야 할 곳이 종착역이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때때로 사랑은 비켜가는 속도때문에 사람들의 심장을 없앴다 만들었다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라는 녀석에 도무지 익숙해질 수가 없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 속도와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속도가 같을 수만은 없다
사랑할 것 같은 마음에 두려워 먼저 도망쳐 왔지만 이 길위에서 다시 널 만나기를 기도하는 사람의 간절함의 결과는 마지막 장에 쓰여져 있다. 화려함이 묻어나지 않아 좋았던 사진들과 그 사이사이 실려 있던 글들은 수채화색으로 쓰여진 안개처럼 눈시울에 묻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네게 묻는 책이 아니라 내게 묻는 책이어서.
내 스스로에게 물어주는 책이 있어 작은 위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