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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2010년 읽은 작법서 중 단연 최코는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일 것이다. 시원함과 통쾌함 게다가 빽빽히 메모하게 만드는 알참까지...책은 내게 온 순간부터 완전한 만족감을 선물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라는 제목부터 맘에 드는데, 저자는 소설가를 자발적인 이야기꾼으로 정의내리고 있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해, 세상과 인간을 향해 쓸 이야기가 있는 사람만이 작가가 되는데 그들은 불만과 의혹, 욕망과 의도를 잔뜩 내재하고 있는 인물들이라고도 했다.
얼마전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영웅의 서] 속에서 작가를 "지어내는 사람/자아내는 이"로 정의 내린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들이 발딛고 서 있는 현실 질서에서는 굴복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지만 글 속 세계 속에서는 거꾸로 자신에게 굴복해 올 수 밖에 없도록 뒤바꾸어 놓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이들이 소설가이다보니 현실에 대한 만족감 보다는 부족감을 가진 사람들이 글을 쓰게 된다는 그의 말에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
태어나 읽은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써낸 작가인 이청준은 작가가 작품 속에서 현실을 뒤바꾸어 놓는 것을 일종의 복수심으로 말하고 있다. 소설은 쓰는 사람의 세계해석이고 그 해석의 뿌리는 그의 욕망과 의도라고 본다면 작가 이청준의 말은 맞춤맞는 말이었다.
하나의 궁금증이 해결되는 순간 다른 궁금증이 생기도록 하는 것. 작가에게는 이렇게 궁금증의 지속적인 생산이 중요요소가 되는데 삶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진실인 것 처럼 이야기가 삶을 만드는 것 또한 진실인 것 같았다.
책 속에는 정말 공감이 가는 말들이 가득했고 흔히 근사하게 포장만 하는 소설가라는 본분을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정확하게 집어내는 말들이 수두룩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또한
소설가는 소설을 통해 세상을 견딜 힘을 얻는다
는 말은 올해 들을 그 어떤 명언보다 멋진 말이어서 가슴에 새겨두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이야기를 통해 그 힘을 얻는다고 했던가. 말하는 작가는 물론 읽는 독자까지도 사실은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얻고 재미를 얻고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독자에게 작가란 하늘이 내린 선물 같은 존재로 기억된다.
좋은 책은 언제나 소문내게 만드는데, 남은 나날은 물론 내년에 이르기까지 나는 작법서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제일 먼저 소개하게 될 듯 싶다. 어쩌면 평생 구경해온 그 어떤 작법서보다 유용하고 재미있었으며 솔직했던 책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