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훈민정음 -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
이윤옥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땡깡부리다 가 일본어에서 온 간질발작하다는 뜻이었다니. 이 사실 하나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나쁜 뜻을 귀엽다는 뜻으로 사랑을 담아 말하기도 했으니 우리는 얼마나 무지 속에서 언어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몰랐으면서도 내뱉어진 공해같은 단어들의 올바른 제 쓰임새를 찾아주기 위해 나는 반성의 마음으로 [사쿠라 훈민정음]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뱉어진 말은 다 언어공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고 살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인 셈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 일일이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말할 수는 없겠지만 못된 표현은 버려가면서 되도록 말은 줄여가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되고 말았다. 책을 읽으면서-.

 

땡깡부리다 뿐만이 아니었다. 오래동안 재미나게 보고 있던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건너온 프로그램이며 일본어인 달인을 대체할만한 다른 단어가 없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본말에서 온 표현이라는 언급이 없다니...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글날의 숭고함이 퇴색되어가고 있는 요즘, 너덜너덜해진 우리말의 현실을 바라보면 지하에서 세종대왕님이 울분을 참지못해 광화문거리 이순신 장군님 옆으로 우뚝 솟아오르시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화투에서 고도리는 새인줄 알았더니 숫자 5를 의미하는 고와 새를 의미하는 도리가 합쳐진 말이었다니, 일본어를 공부하면서도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니 정말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런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어느새 우리 자신이 되어 있었다.

 

이래서야 서경덕씨 혼자 대한민국을 홍보해봤자 대한민국은 지켜지지 않겠구나 싶어진다. 바로 나부터도 칠칠지 못한 국민의 한 사람이었으니까. 많은 반성과 함께 제대로 알아야겠구나 라는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우리의 말과 글은 전공자를 떠나 우리문화의 기본이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말과 글과 역사를 잃어버리고서야 독립의 진정한 의미는 찾아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고등어를 속여파는 행위를 뜻하는 사바사바 나 사무라이들의 목베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수우미양가 , 이어달리기라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주로 쓰이는 계주, 외에도 선착장, 사물함, 수타, 재테크, 지병에 이르기까지 일본어 표현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 어원도 모르면서 우리말처럼 인식하고 써왔던 표현들. 그 중 가장 놀라웠던 말은 "추신"이었는데 한자어인줄 알았던 추신조차 츠이신이 원표현인 일본말이었다.

 

아직은 손님이라는 우리식 표현보다는 고객이라는 일본식 표현이 더 익숙하고 맞이방보다는 대합실이 더 익숙하지만 후대를 위해 차차 고쳐나가야하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치욕의 역사를 모르는 것도 치욕이지만 치욕임을 알고도 여전히 그 말을 입에 담는 것이 더 치욕인 것임을 깨닫게 된 12월. 2011년부터는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쓸 말들을 전파하기 위해 겨울내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정독해볼 작정이다.

 

이제껏 봐왔던 그 어떤 책보다 쉬우면서 재미있는 까닭은 가르치려고만 드는 것이 아니라 어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그 내용에 있다. 일본말 찌꺼기를 제대로 걸러내고 바른 우리말을 정착 시키는데 한몫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 중 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심히 읽고 또 읽어야겠다. 외워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툭 뱉어질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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