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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과 옌
판위 지음, 이정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에 갓 입학한 천밍. 교사인 부모님의 외동딸인 밍은 최우등생이고 시인이며 바이올리니스트다. 친구 왕핑핑과 동후아와 달리 그녀에겐 비밀스런 동경의 대상이 있었는데 바로 먀오 옌이었다. 스물넷의 옌은 밍과는 아주 다른 학생이었는데 13살 이후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며 다니는 옌은 모범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학부성적도 엉망이고 생활은 소문거리가 가득했으며 급기야 슈거대디를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에 밍은 화를내고 말았다.
슈거대디란 어린 여자 아이와 사귀는 중년남성을 뜻하는 말로 한마디로 돈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을 뜻하는 것이어서 남몰래 옌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던 밍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런 열일곱의 밍과 스물 넷의 옌은 살아온 환경도 서로의 성격도 달랐지만 숙맥인 밍과 되바라진 밍은 대학시절 소울메이트로서 10개월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얼마전 읽었던 평생지기로 남았던 두 중국여인의 삶보다는 훨씬 진보된 중국여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긴 했지만 이들의 성장통이 그들의 것보다 나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식 칙릿과 우리나라식의 칙릿에 길들여져 있는 나에겐 칙릿의 가벼운 무게감이 주는 즐거움을 지키지 못한 소설이 중국판 칙릿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만 보였고 한 가정의 1인자녀로 태어난 세대가 갖는 넉넉함과 기회균등의 사회혜택과 달리 두 학생은 서로의 삶이나 자신의 삶에서도 주동인물로 그려지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지는 삶의 부분들이 읽혀졌다. 또한 밍이 옌에 품게 되는 동경이 사랑인지 욕망인지 욕심인지 아니면 동성을 벗어난 그 무엇인지 또렷하지 않아 읽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물론 [홍루몽],[연인],[장아이링의 색계]등등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익숙한 중국 문학들의 제목에 잠시 그 책들을 읽은 기억으로 행복해하기도 했고 낯선 작가의 새 소설에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기대했던 그 무언가가 빠져 있어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닥쳐야 할 감동의 깊이는 낮춰져 있었다.
다만 "우리 둘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어" 라고 읊조리던 옌의 대사만이 명대사로 남아 귓가를 외로이 울리고 있다.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라는 것. 어떤 관계의 사람이든 느낄 수 있는 지극히 가까운 느낌이면서도 너무나 먼 느낌의 감정임을....살면서 깨닫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