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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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쁜 이름이건 좋은 이름이건 남겨진 다는 것은 기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 드라마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세자 소현, 그의 이름이다. 

그는 비운의 왕자였고 야망과 꿈을 펼치지 못한채 우리 곁을 떠난 사람이다. 그가 살아있다면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사도세자가 살아있었다면? 해명태자가 살아있었다면? 이라는 역사적 가정법은 사실 어리석다. 그들은 살아있는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면? 이라고 해도 그것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일뿐 죽은 사람이 하는 말은 아니다. 

죽은 자는 말이없다. 그래서 오랜 세월 묻혀 있었던 세자 소현이 이제 사람들의 눈과 귀로 쏙쏙 들어오고 있다. 그는 여러 드라마에서 배경이 되고 행동의 원인이 되며 주변인이 되었다. 이상한 일은 그토록 안타깝게 그려지는 그의 죽음이 왜 단독샷으로 주목받지는 못할까? 였다. 

그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며 탐구될 여지가 많은 삶을 살다간 사람이다. 그와 그의 아내인 강빈, 그리고 어린 자녀들. 그들이 결국 죽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파헤치다보면 


소현은 1644년 심양에 볼모로 붙잡혀 있었다. 그가 살다간 시대는 내일을 알 수 없는 혼란기였다. 세자를 대군과 함께 볼모로 바쳐야했던 조선의 실정이 그러했고, 후사를 정해놓지 않은채 하루아침에 왕갈이가 이루어지는 청의 실정 또한 그러했다.  어디에서나 피바람이 일고 있었다. 

소현뿐만 아니었다. 소설은 그들 주변인들을 통해 살아있는 자들이 감싸안아야했던 비참한 역사를 말하고 있다. 종친의 딸이었으나 황제의 여인이었다가 대학사의 작은마님으로 살고 있는 흔,누이와 어미를 짓밟혔으나 그 역시 그 짐승들처럼 살고 있는 만상,정승의 아들로 태어나 배신의 삶을 살아야했던 석경, 신의 딸 막금. 그들 모두가 살다간 세월이 참 잔혹했다. 

그 중 가장 참혹했던 삶의 주인공은 소현이었는데, 그 푸른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환국한지 두 달만에 죽은 세자는 여러 의문을 남기고 갔다. 세자의 세 아들과 부인 강빈 역시 의문스럽게 사라졌다. 우리네 왕은 아비의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삶을 살았던 것이기에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도 면책권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그들의 삶이 짐승의 삶처럼 느껴져 하나도 부럽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현. 그는 우리에게 그리움의 이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가 있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를 역사 앞에, 이젠 제대로 주인공으로 조명될 그의 이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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