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미도리의 책장 5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한 권의 책이 범죄를 불러들이고 있었다. 
책의 제목은 [죽어도 안 고쳐져]. 저자는 전직 경찰이었던 다이도지 케이로 아버지의 순직으로 우연찮게 경찰관이 되었던 남자다. 결혼한지 1년도 안되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그는 17년간의 경찰생활을 접는 마지막 사건에서 만난 출판업계종사자인 친구의 제의로 책을 출간했다. 이후 강연을 다니던 다이도지 앞에 책으로 인한 사건들이 들이닥치게 되고 그의 일상은 다시 범죄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범죄학적 스릴러물이었다거나 프로파일러적 범인들이 속출했더라면 식상했을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은 "범죄자라는 동물은 90퍼센트가 얼빠진 행동을 합니다."라고 외치고 다닌 다이도지의 말처럼 얼빠진 범인들이 등장한다. 협박장에 지문을 덕지덕지 남긴 유괴범, 경찰서 주차장에서 차를 털려던 강도, 감시용카메라 정면에서 두건을 벗은 강도 등등 얼빠진 범죄자를 소재로 한 실화사건들이 담긴 그의 책은 [죽어도 안 고쳐져] 이후 2권인 [죽여도 안 죽여가]출판되는데, 친구의 제의를 뿌리치지 못해 쓰게 된 책 한 권은 블랙홀처럼 범죄와 범인들을 케이 앞으로 끌어들인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읽을 때만 해도 계속 읽게 될줄 몰랐던 와카타케 나나미의 글은 이제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을 기다리면서 끊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나 역자가 좋아하는 작가인 온다 리쿠의 책들을 번역한 역자라서 더욱 신뢰가 갔고 사건이라는 단어가 주는 추리식 범인 찾기는 퍼즐마냥 재미들리게 만든다. 

연재작이었다는 작품은 그래서 더 재미를 붙이게 만든다. 긍정적인 세상을 찬탄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음울한 사건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아니면서 묘한 비틀림으로 범죄를 바라보게 만드는 작가의 시각이 독자와 일치되는 순간 그 재미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유머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소설은 그래서 검은색이지만 웃게 만드는 묘한 코드가 숨겨져 있다. 기다리고 있는 다음 책인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이 꽤 많은 독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요즘, 나는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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