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백수 아빠 태만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홍부용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라고 요상하지만 깜찍한 생각을 해낸 소녀는 채아영이다. 미용실을 운영해서 번 돈으로 세식구의 살림을 꾸려가는 엄마의 입에선 연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말이 아빠를 향해 미사일처럼 쏘아지고 어린 딸의 머릿속에선 아빠란 쓸모없는 것이라는 데이터가 입력되고 만다.

 

학교에서 내겐 쓸모 없지만 남에겐 쓸모 있을지도 모르는 것을 친구와 교환하는 날 딸내미는 아빠를 교환품으로 내 걸고. 그런 아빠를 탐내하던 마지막 친구는 평소 아빠가 즐겨보던 홈쇼핑의 인기 쇼호스트의 아들내미였다. 부자집 아이지만 차도로 뛰어든 아들을 구하다 죽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물씬 품고 사는 아이. 그리고 먼저 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며느리인 인기 쇼호스트.

 

아빠 채태만의 아빠렌트는 딸내미에 의해 시작되고 인터넷상으로 사업화 하면서 돈도벌고 남도 돕고 무엇보다 스스로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하루하루가 시작되었는데 그와 반대로 밤낮없이 집안에 널부러져 있던 남편이 밤낮없이 집밖으로 도는 것을 수상히 여긴 아내는 이혼장까지 들이밀게 된다.

 

이해와 오해의 장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던 태만은 어느새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통해 새생명을 구하고 50대 가장의 오래 묵혀둔 슬픔을 털고 스토커로부터 20대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치매할머니의 아들이 되어 사회정의가 아닌 가정의 정의를 구현해 낸다. 그러면서 자신의 오랜 트라우마도 극복하게 된다. 또한 유부남이었던 친정 아버지에 대한 아픈 가정사 때문에 남편을 오해했던 아내의 인정도 받으면서 그간 가족을 괴롭혔던 미용실 건물주, 악녀같은 할머니의 다정한 이웃으로 남는다.

 

훈훈하다. 라는 표현을 마구마구 넉넉하게 남발해도 좋을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아빠를 필요로 하는 세상에 첫 발을 디디고 점점 변해가면서 저절로 태만의 입에서 터져나온 말이 바로 "세상에 이렇게 많이 아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였다. 그랬다. 아버지라는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공감할 아버지의 존재가 비어있는 세상.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을 신세대 아빠들이 많이 대체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라는 존재가 비어있는 가정들이 많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아이들이 읽으면 신나고 재미난 동화이면서 어른들이 읽어도 뭉클하고 따뜻한 동화로 남는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갑자기 주변에 많아진 요즘, 그들이 좋은 아버지로 거듭나도록 이 책을 들이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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