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은 [월광게임]때문에 주목했으나 정작 그 작품은 읽지 못한 채 [외딴섬 퍼즐]을 읽고 이번에는 [쌍두의 악마]를 읽게 되었다. 이렇게 되고 보면 책과의 인연도 사람과의 인연과 다를바 진배 없다. 쌍두의 악마는 꽤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제목면에서는 썩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절된 두 마을 사이에서 인과관계가 어그러진 살인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기는 하지만 쌍두의 악마라는 제목과 잘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아유카와 데쓰야의 추천을 받은 작가인 만큼 그의 진면목이 절실히 드러나 독자를 재미로 몰고가는데 거기에 독자를 향한 도발도 끼여있는 점이 흥미롭다. 중간중간에 독자를 향한 도전 이라는 페이지가 할애되는데 기존의 추리소설에서와 달리 나는 범인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한 명의 범인만을 쫓아서 그런 것일까. 이 사람을 범인으로 두면 이유가 없어지고 저 사람을 범인으로 두면 트릭이 조잡해지고.....그런 면에서 딱 맞는 한 사람을 골라내기가 참 애매했는데 쌍두의 악마는 애초에 이런 독자의 생각까지 계산하며 치밀하게 쓰여진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세상과 자의적 단절을 명명하며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자급자족 마을 기사라. 이 대목에서는 헤이리 예술마을이 떠올려질지 모르겠지만 그와 다르게 기사라 마을은 함부로 들어갈 수도 나올수도 없는 곳이며 애초에 몇명이나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마을이었다. 닫혀진 이 마을에 마리아라는 스무살 여성이 들어가게 되면서 그녀의 부모의 요청에 의해 그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외딴섬의 퍼즐에 나왔던 에가미 부장과 아리스가와 아리스. 즉 추리소설 연구회 회원들이다. 에가미 부장만이 마리아와 함께 기사라 마을에 머물고 아리스와 나머지 인원들은 나쓰모리 마을에 머문 가운데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두 마을 모두에. 각각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기사라에서는 에가미 부장이 나쓰모리에서는 아리스가 애쓰는 가운데 살인사건의 고리는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져 가고.....퍼즐이 맞추어지려면 한 마을이 아니라 두 마을의 모두를 이해해야 하는 가운데 사용된 향수와 사라진 귀의 행방의 비밀이 풀리면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난다.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