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 - 새끼 고양이, 길 잃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를 위한 지침서
폴 갈리코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묘어로 말하면 "접수된 인간"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기쁨을 느끼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그들에게 위로받는다. 혹자는 이 책을 보면 배신감을 느끼거나 충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충고했지만 왠걸, 사실을 알고나니 고양이라는 존재가 한결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똑똑한 것들 같으니라구....대견함도 함께 느껴지고.

 

고양이는 기르는 동물이 아니라 함께 사는 동물이다. 반대로 고양이가 인간을 길들인다는 표현또한 맞다고 생각된다. 게으르기만 했던 내가 고양이 위주로 삶의 패턴을 전향한 것만 봐도 그렇다. 몇몇 고양이 애호가 들의 책을 읽다보면 외출했다가도 고양이 걱정에 일찍 들어오게 되고 좀 더 맛난 간식과 장난감을 위해 웹서핑을 신나게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고 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 조그마한 생명체가 식구가 되는 순간 나는 참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외롭지 않아졌다. 누군가와 함께 해도 마음 한구석에 외로움이 생겨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왜 외로움이 생기나"했던 마음에서 외로움이라는 녀석을 싹 걷어내 준 것도 함께 사는 고양이였다.

 

길들여진다는 것. 언제나 길들여온 주체였던 내게 그것은 신선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은 읽다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내용들이 가득한데 먹이를 준비할때 발목 사이를 오가거나 몸을 비비는 동작을 하는 것도 손이나 뺨을 핥는 것도 가르랑 거리는 것도 모두 계산된 행동이라지만 이 모든 것이 함께 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임을 깨달았을때 그 계산은 도리어 대견한 것이 된다.

 

예의범절 편에서 고양이에게 인간이 고마워 해야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고양이가 인간의 집을 접수하고 그 생활 양식을 받아들이면서 인간에게 수많은 혜택을 베푼다는 저자 고양이의 자기중심적 사고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모든 행동에 익숙해진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1964년에 쓰여진 폴 갈리코의 이 책이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감동을 주며 올드하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은 화자가 고양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고양이들이 인간을 대하는 행동패턴이 동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후 6주만에 갑작스런 사고로 엄마를 잃은 고양이가 인간 가까이 다가와 그들의 집과 삶을 접수하고 그들을 길들이는 과정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고양이들의 행동들로 가득하기에 사랑스런 눈길로 책을 읽어나갈 수가 있다. 고양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장난스러운 이력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책을 늦게나마 읽기 시작한 일은 잘 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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