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자리, 디자인하다
이연자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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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사귄 친구중에 학창시절 친구들보다 더 가까이 지내는 벗이 있다. 리사 시의 소설 [소녀와 비밀의 부채]에서 언급되던 "라오퉁"관계인 그녀와 나. 맞아서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서로 맞추어가며 친구가 된 사이라 더 소중하고 언제나 먼저 배려해주는 친구라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그 친구가 이 책을 보며 떠올려졌다. 자주 통화하고 안부를 전하고 있지만 매일 만나지는 못하는 터라 종종 친구가 많이 보고플때면 얼른 달려가기도 하는데, 당시 그의 신랑과 내 남자친구의 질투 아닌 질투를 받으면서도 우리는 함께 있어 늘 즐거웠다. 때로는 수다스럽게 때로는 아무말없이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친구. 서로에게 없는 자매처럼 우리는 흉허물없이 온갖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그럴때면 오래 머물 장소가 필요하기도 했다. 

차를 좋아하는 친구와 커피를 즐겨마시는 나는 서로의 장소에 데리고 가면서 취향이 섞이게 되었는데 "차를 마시는 민족은 흥하고 술은 마시는 민족은 망한다."는 차에 나오는 구절을 이미 알아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하곤 했다. 술을 2차 3차 가는 것처럼 차를 2차,3차 가면서.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이 친구 덕분에 가게 되었던 근사한 찻집 중 한옥에 앉아 오던 비를 운치있게 바라보며 코스(?)차를 마시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의 찻상에도 다식이 나왔었는데 금새 부서져버려 맛을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책 속에서는 다식뿐만 아니라 야채보쌈, 예쁜 화전도 있어 이것들을 맛보았으면 좋았겠다 싶어진다. 또한 씁쓰레한 풀맛 차들과 달리 가루차 잣죽은 걸죽하면서도 맛나보여 다음에는 그 차를 마셔보아야겠다 싶다.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스레 차를 즐기는 시간을 갖다보면 옛 세월의 여인이 되어 규방에 앉아 차를 마시는 착각이 일때가 있는데 그 착각은 또 착각대로 근사한 것이라 굳이 멈추려해 본적이 없다. 옛 여인들의 어투를 흉내내어 농짓거리를 해 보기도 하고 주거니 받거니 데워가며 우려마시는 차는 언제나 따뜻해서 좋았다. 

날씨가 좀 더 추워지면 그때 그 찻집을 친구 손 잡고 또 거닐러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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