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비밀의 부채 2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들의 우정이 남자들의 우정보다 가치가 없다라는 말을 내 앞에서 감히 입에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나는 그의 앞에 기사 시의 [소녀와 비밀의 부채]를 던져줄 것이다. 평생을 함께 하고 남편과의 사랑만큼이나 소중히 여겨야 할 여자들의 우정에 대해, 그리고 "마니또"만큼이나 정겨운 단어인 "라오퉁"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소녀와 비밀의 부채]를 읽으며 제일 먼저 갖게 된 감정은 분노였다. 모파상이 쓴 [여자의 일생]을 읽었을때처럼 희생과 모욕을 강요당하는 여자의 일생이 이 소설 속에서도 펼쳐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단 내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나 역시 여자지만 나를 나은 이도 여자이며, 앞으로 태어날 나의 자손 중에도 여자 아이가 있을 것이기에 분노심부터 일었다.

 

중국은 전통이라는 미명아래 "전족"을 행함으로써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이는 그들에 대한 사랑이나 집착이기 보다는 재산으로 여겼기 때문으로 판단되었다. 생각이 거기에까지 이르르자 화가나기 시작했는데 소설의 본질이 그것이 있지 아니하였음으로 읽어나가는 내내 두 소녀의 우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집안의 몰락으로 백정의 아내가 되어 아껴주지 않는 남편과 사사건건 말려죽이려고 애쓰는 시어머니 사이에서 오로지 "라오퉁"인 나리와의 우정에 기대어 살아가던 설화.

 

설화보다 못한 가정형편이었지만 완벽한 발모양과 왕부인의 주선으로 인해 옆마을 최고의 집안으로 시집가 평생을 부유하게 살다가 루마님으로 생을 마감한 나리.

 

그들의 만남은 설화의 친척인 왕부인으로 인해 이루어졌는데, 전족을 행하기 전 아주 어린 계집아이였을때부터 함께 하면서 평생을 약속했다. 여자들끼리의 이 우정은 의자매 관계와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마치 남편과의 혼약처럼 모두에게 인정받는 평생의 언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의 처지가 다르고 시집살이에 적응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그들 사이에는 점점 이해하는 시선보다는 오해하는 시선이 오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누슈"라는 특별한 언어를 부채에 새겨 소식을 전하던 중 나리는 설화가 의자매를 맺게 되었다는 뜻의 소식을 전달받게 되고 분노한 그녀는 설화와 절연을 하게 된다.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사생활을 낱낱이 까발리는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세월이 흘러 이제 설화가 병들고 죽게 되었음을 통고 받고서야 설화를 만나 오해를 풀게 된 나리는 죽은 그녀를 대신하여 아이들에게 이모가 되어 최선을 다한다. 고작 마흔이면 대부분이 죽던 그 시절 중국의 여성들과는 다르게 손자의 결혼까지 참관한 그녀는 장수하며 부유하고 편안함을 누리며 살았는데, 남은 시간 내내 설화와의 옛날을 그리워하며 지냈다.

 

처음 소설을 택하게 된 이유는 좋아하는 작가인 아서 고든과 에이미 탄의 극찬을 받은 작품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는데 읽다보니 그들의 극찬이 과연 실찬이 아니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집안의 한 사람이 관리가 되면 그 집안의 개와 고양이까지 천국으로 간다"는 말을 믿고 산 사람들의 시대였으니 아들을 낳음으로 자리를 보장받는 일에 목숨을 건 그 여인들의 서글픈 운명에 대해서는 잠시 잊으려고 노력했다. 두 여인의 우정과 사랑과 배려에 대해서만 가슴깊이 새기면서 감동을 전하려 한다.

 

다만 "딸이었을 때는 아버지를 따르고, 부인이 되었을 때는 남편을 따르고, 과부가 되었을 때는 아들을 따라아 한다."는 구절이 따르고 대신 사랑하고 라는 단어로 바꿔 전해질 수 있었다면 여인들의 마음가짐도 저절로 행해지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우리가 현대 여성이라고 해서 편리한 시대가 도래되었다고 해서 여성의 삶 자체가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가 주어졌어도 많은 것들이 변해왔어도 여성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삶에 그때나 지금이나 공통적이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만 남아 있는 것들이 좋은 것들이기를 바라면서 [소녀와 비밀의 부채]에 대한 감동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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