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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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의 노인이 시를 쓰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시바타 도요. 
100세를 눈앞에둔 99세의 나이가 되면 어떤 느낌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매일매일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남다르지 않을까. 싶어진다. 아무래도 주어질 날이 지나온 날들보다는 짧을 것이기에 하루하루의 소중함이 더할 것이다. 이쯤되면 후회보다는 감사의 나날들이 이어질 듯 싶었다. 

99세의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어가 깔끔하고 청초한 까닭은 그때문이지 싶다. 90세를 넘긴 자신의 살아갈 힘을 사람들에게서 찾고 있는 따뜻한 한 할머니 시인의 시는 짧고 쉽지만 그래서 감동을 전달해내고 있었다. 

읽다보면 어떤 구절은 시가 되고 또 어떤 구절은 명언이 되어 마음으로 다가오는데 아름다운 자연의 사진과 더불어 바쁜 도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되어준다.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라는 구절을 되뇌이면서 혹시 나는 오늘 못하겠다고 미루어버리거나 포기해버린 일은 없는지 되돌아 보게 되고,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여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오늘 일을 오늘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라니....어떤 책에서도 이런 구절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삶의 연륜이 묻어나고 진솔함이 묻어나는 시어 속에서 나는 또 다른 꾸짖음을 전해 듣는다. 시인이 주는 꾸짖음이 아니라 내면의 내가 나에게 보내는 꾸짖음을.

추억이 있고, 희망이 있고, 내일이 주어지는 오늘이 있음을 깨닫께 만드는 99세의 시인의 시는 "힘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옆자리로 다가와 앉아 있다. 나의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90세가 넘어서 쓰기 시작한 시를 통해 깨달은 것이 많다는 그녀는 당시에는 아주 늦었을 나이인 33세에 남편을 만나 제 2의 인생을 살게 될때까지 아주 힘겨운 삶의 주인공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인생에는 괴롭고 슬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혼자 산지 20년.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로 마무리 되는 99세 할머니 시인의 시 속에서 나는 나의 노년을 상상해보고 있다. 그녀처럼 의연하게 잘 마무리하고 있을까.....

얼마전 모두의 관심을 받았던 [천국에서 온 편지]에서처럼 말년의 내가 지금의 나를 알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해줄까. 하고. 역시 시인의 표현처럼 "힘내, 약해지지마"가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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