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반의 연애편지 - 훈민정음 언해본의 진실
김다은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왕의 여인이 궐 밖으로 내보낸 한 통의 편지가 궐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핏줄과 측근들에게조카 서슬퍼런 숙청의 칼날을 휘둘렀던 수양대군의 여인 덕중.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자 그녀 또한 소용 박씨가 되었는데, 이 순진한 여인이 휩싸인 연애사건의 전말을 다 읽고나면 복잡한 추리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류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댔던 여인의 연애 편지는 모반의 편지로 이어졌고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인자한 얼굴의 정희왕후와 자신의 비밀이 알려질까 먼저 손쓴 세조가 있었는데, 그들의 정치적 야망이 많은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했을까. 싶어진다.

 

단종을 폐위 시키고 왕좌에 오른지 11년 째 되던 해, 소용 박씨가 종친인 귀성군에게 보낸 연서가 궁으로 돌아오면서 피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 편지를 전달했던 두 환관과 궁녀들이 죽어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생사를 걸고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발없는 말만큼이나 빨리 뛰는 소문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비밀리 건네지는 편지들까지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전만큼 두꺼운 이 소설은 놀랍게도 모두 편지글이다. 고아라, 김옥지, 감찰상궁, 제조 상궁, 방비리, 강원종 등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비밀과 소문이 무성했고. 그 소문의 중심에는 공통적으로 소용 박씨의 소식이 들어 있었다. 제비가 박씨를 물듯 편지 글 속에 소문으로 전해지는 소용 박씨의 소식은 그녀가 죽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죽은 그녀가 숨겨놓은 편지 속에서 토해진 진실은 아주 놀라운 것이었다.

 

건강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백팔...이라는 단어를 잘못놀려 비명횡사한 아들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그녀의 비밀까지 계획의 일부였던 모사의 달인 정희 왕후,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진실의 반대편에서 덮고자 했던 세조의 검은 속내가 속풀리듯 확 다 풀어지는 순간이 바로 이 마지막 편지 속에 들어 있었다.

 

수세미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안채의 뒤뜰보기로 시작해 채소와 동물을 돌본 순박한 한 소녀가 권력 앞에서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비참한 정치 현실 속에서 이 편지들은 그 증거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그토록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백팔 글자의 비밀과 두 왕자를 잃어야한다는 왕실의 예언의 실채가 궁금해지는 사람이라면 [모반의 연애편지]를 읽기를 권하고 싶다. 소설은 소설의 형태가 아닌 수신인이 여러명인 편지의 형태 속에서도 잘 전달됨을 우리는 이 소설을 증거로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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