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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완 선생 - 그때가 우리에게 가장 자신만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ㅣ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4
판샤오칭 지음, 이경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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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금 부활하셨어요?
라니. 어느 동네에나 하나쯤은 있다는 "바보"가 이 동네에도 있나보다 했다. 하지만 그 심각성은 바보가 동네 의사라는데 있다. 그것도 우연한 일로인해 "명의"로 오인받아버렸다는 사실~!! 이 동네 사람들이 몽땅 극락도 주민들처럼 모두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싶어진 것도 잠시, 그는 맨발의 의사 완선생이 되었다.
선무당은 사람 잡지만 바보 의사는 사람을 고치게 되는 것일까.
맨발의 의사라는 명칭은 의사가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면허 없이 의료활동을 하는 의사를 말하는데 이 무허가 의사가 대물림 될 수 있었던 것은 순박한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 그대로 마을 사람 모두 순진하고 순수한 시절의 이야기니 가능했다. 아버지 역시 맨발의 의사였던 완취안허는 남다르게 맹한 인물이었는데, 어느날 싹난 풋콩 하나를 귀에서 꺼내면서 "명의"로 소문나 버린다. 닥터k 가 봤으면 기겁할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아버지는 반신불수에 약혼녀는 바람나고 게다가 돌아온 그녀의 아이들까지 맡아키워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동네 바보 완. 되는 일 하나 없이 머피의 법칙에 100% 충실하며 살아가는 이 남자는 의외로 자신의 삶을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절대 절망하거나 자살충동 따위를 느끼며 살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야기는 작가 채만식의 태평천하 같은 풍자가 아니라 오쿠다 히데오 식의 코믹이 되어버린다. 로빙화의 배경이 된 산골 시골마을같은 동네에서 이라부만큼 엉뚱하지만 그보다는 덜떨어진 비전문적인 의사가 계속 웃음을 주고 있다.
사실 처음 그림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열 아홉의 고백을 들을 때부터 바보 캐릭터가 주는 웃음의 해학을 눈치채야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정말 바보였을까. 우리가 그를 바보라고 규정짓는 잣대야 말로 바보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는데,
맨발의 완선생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학생인 조카들에게도 권하고 싶을만큼 유쾌하고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누가 누구를 바보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벌여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책을 함께 읽고 난 후엔-.
맨발의 완선생은 정말 특이한 작품이었다. 그저 나에게 온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순수를 보여주는 주인공이 있고 귀에서 콩 하나 꺼냈다고 명의로 불러주는 순수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이 있고, 그들을 보며 웃음짓는 독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어내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