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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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이 국적불명의 성을 가진 여류작가에게서 우리는 "치유"의 선물을 받는다.

가끔은 재미보다는 치유를 목적으로 책을 고르게 되다니......독자를 독특한 취향의 매니아로 만들어버린 작가의 치유력은 이제 전세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키친]은 20대의 우울을 앓는 시기에 만난 책이었다. 남들은 모를 20대만의 우울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시절 나는 키친을 통해 치유를 경험했다. 너무 바빠 가족을 챙기고 친구들을 챙기기 버거웠던 시절, 승승장구하는 사회생활의 화려한 이면만을 보고 모두의 부러움을 사던 시절, 반대로 내 마음 속에 불안하고 우울하고 허무함이 가득했다라는 사실은 나만 알고 지나간 사실일 것이다. 부지런하고 바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울을 앓게 만들었떤 20대. 지나고 나면 다 그때 누구나 느꼈을 법한 20대앓이를 나는 남모르게 홀로 앓고 지나갔다. 단지 힘겨워질때마다 의지했던 책 한권과 함께.

 

 

또 다른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바나나는 [그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책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는데, 연재물인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엮어있는 글들이 놀랍기만 하다. 이야기는 그녀 특유의 편안함으로 진행되는데 유미코가 엄마 사후, 쌍둥이 자매였던 이모의 아들인 쇼이치와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나나식이 빠진 것은 아니었다. 편안한 진행과는 달리 특이한 캐릭터의 등장. 과거 유미코와 쇼이치의 엄마는 단순히 쌍둥이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거슬러 올라가 토리노의 마녀 학교에서 수학한 공인 백마녀 할머니. 강령회가 집단 자살로 끝맺음되자 책임을 져야했던 할머니의 두 딸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그 일로 인해 클리닉에서 재활기간을 보내야 했다. [그녀에 대하여]는 과거밟기 중인 엄마에 관한 이야기일까. 라는 의문을 갖던 도중 유미코가 자신이 이미 죽은 것은 아닐까 라는 각성을 하는 곳에서부터 조용한 반전이 일게 된다. "너를 위한 여행"이라고 쇼이치가 말했던 것에서 이미 우리는 힌트를 얻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 하나가 큰 파문을 일으키듯. 어느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사실은 내가 유령? 이라고 각성하게 되는 것처럼 유미코는 사실 자신은 이미 엄마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이상한 바나나의 소설 속에서 치유는 당연함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에요...

좋은 것들이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곤경에 처해도 살아갈 수 있어요....

 

본문 속 글을 읽으며 작가가 결국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이 말들이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메시지를 들려주는 작가. 그녀의 따뜻함에 힘입어 나는 오늘도 커피 한잔과 함께 채워질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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