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입성한 규장각은 성균관보다 더 만만하게 보아서는 아니될 곳이었다. 우선 신참례부터가 그러했다. 단순히 개개인에게 할당되어졌던 선진의 신참 놀리기 수준의 요청이 아니라 규장각을 구성하는 승문원,예문관,사헌부,홍문관 이렇게 4군데를 4인방이 한 팀이 되어 사귀일성으로 달성해야만 하는 문제가 던져진다. 단순히 윤희가 여자임이 드러나서는 안되는 것, 성균관에서 잘금4인방이 탄생한 것, 홍벽서의 비밀을 지켜내는 것에 촛점을 맞추었던 성균관에서완 달리 한층 더 권력의 중심부로 다가가 임금과 신하가 줄다리기하는 정치의 파도를 타고 있었다. 스토리가 좀 더 진중하고 깊어졌다.잘금 4인방 외에도 윤희가 여자임을 알게 된 권력자들간 알력다툼과 윤희를 두고 재는 그들의 고뇌도 사뭇 정치적이다. 또한 그들의 혼례를 통해서 20대 초반의 조선 젊은이들의 가정풍속도 엿볼 기회가 주어지며 화려하기 그지 없는 여림 구용하가 가짜 암행어사로 몰려 투옥되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글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이전에 봐왔던 것처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여장남자의 금남의 집 침투로 시작된다. 처음의 재미는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아름다운 그대에게 나 바람의 화원에서조차 봐왔던 설정이라 익숙하다. 하지만 그 익숙함에 소망이 담기게 되는 것이 바로 윤희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꿈꾸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부터다. 이것에 잘금 4인방이라는 f4적 꽃돌이들이 가득해지면서 우리의 눈까지 즐겁게 만들고 있었다. 역사 속에서 바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보이는 국가가 조선이다. 그런 조선에서 다름을 꿈꾸고 함께를 꿈꿨던 그들이기에 더 빛나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읽고나면 알콩달콩한 연애담만 남는 소설이 아니기에 나는 이 책을 두번, 세번, 네번을 읽어가면서도 질리지 않고 또 다른 재미를 찾아내고 있다. 전작을 원작으로 한 [성균관 스캔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고 종방을 목전에 두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를 몰아 규장각도 시즌2로 나올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재미의 점층적 요소가 강한 원작들을 바라볼때 꼭 시즌2를 통해 우리를 찾아왔으면 싶어졌다. 그때 이 규장각은 어떤 모습으로 각색될지...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