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변태 새끼가 저 어린것이 머리를 올린 거야!" 라는 재신의 투덜거림이 너무나 재신다워 그만 웃음이 났다. 읽던 부분을 잠시 멈추고 머릿속의 카메라를 돌려 씬을 상상해본다. 이미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중인지라 그들을 대비해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을 책 속 씬들을 영상화해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규장각이니 성균관이니 하는 곳은 우리에겐 딱딱하고 어려운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조선의 성리학과 유교는 그 딱딱함과 격식으로 말미암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구석이 많은 학문으로 저 멀리 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성균관과 규장각을 알콩달콩한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버린 것이 바로 저자 정은궐의 책들이었다. 이제 왠지 그 툇마루만 봐도 잘금 4인방이 톡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감히 죄송스럽지만 엄숙함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와버린다. 어쩔 수 없이. 성균관에서 탈출(?)한 이들이 뜻과는 상관없이 규장각에 와서 일어나는 일들은 4인방의 성격에 맞게 맞춤되어 있었고 피똥 싸고 다한증까지 생긴다는 규장각도 이들이 있어 웃음이 묻어나고 훈훈함이 가득하니 어찌 흐뭇해지지 않겠는가. 다만 성균관의 마지막에서 혼례를 치루어 우리의 가슴을 안심하고 쓸어내리게 만들었던 가랑과 대물 커플의 혼인이 치루어졌으나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보류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들의 혼례가 정조의 약점이 될 것인지, 노론의 약점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가운데 정쟁과 상관없이 탕평 4인방으로 돌아온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책에서 귀를 뗄 수가 없다. 귓속으로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들려오는 재미남에 오늘은 한 시간으로 정해 놓았던 독서시간을 벌써 훌쩍 넘기고 있다. 2권을 마저 읽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