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당신만 아는 비밀],[워커홀릭]은 [쇼퍼홀릭]의 저자가 쓴 책 중 내가 가장 재미나게 읽은 책들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저자의 유명한 책의 제목들을 기억한다지만 나는 저자의 책 중 재미나게 읽은 목록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칙릿든 칙릿대로의 재미가 분명 있다. 거기에 대고 문학성을 논하거나 가벼움을 논하는 자체가 언밸런스해진다. 대중성을 바탕으로 하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 칙릿의 좋은 점 첫번째 조항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런류의 재미를 위해 나는 아니샤 라카니의 장편소설 [화려한 수업]을 펼쳐들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두께의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어느새 열광하고 있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선생님 월급을 주니까 선생님은 우리 밑에서 일하는 거에요"라고 말하는 돌콩같은 명문가 자제들은 때려주고 싶다못해 괴롭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만큼 얄미운 녀석들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그 속에서 진정성을 찾아내는 애나에게 박수를 보내게 만드니까 말이다.

 

애나.

아이비리그 졸업생인 그녀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봉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립 명문고로 향한 순간부터 그녀의 선택은 잘못되었음이 여실히 들어나 버리고 박봉에 시달리면서 키팅같은 선생님이 되리라고 마음먹은 것 또한 교육현실에서 한참 떨어져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성실하게 수업을 해도 학부모의 항의를 받고 성적을 표시해도 안되며 무조건 "천재적"이라는 칭찬만을 해야하는 교사를 원하는 곳. 수업 시간에는 도서관으로 아이들을 내보내거나 미술관 참관수업을 하고 dvd나 보게 만들면서 최고의 선생으로 군림하는 동료 교사를 보며 좌절하는 애나.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자신은 정작 네일관리를 받거나 스타벅스에 커피나 마시러 다니다니.....애나는 처음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악마의 속삭임은 시작되고....애나도 그토록 욕하던 동료교사와 절친이 되어 학교외 수업에 고액과외를 뛰기 시작하는데, 사교육 천국은 바로 이런 세상을 말했던 것일까 할 정도로 놀라운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교사 연봉보다 높은 수입은 과제를 대신해주는 것으로 얻어지는 부수입이었고,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방학때엔 대학생들의 리포트까지 대신해야 했다.

 

부를 바탕으로 제 손으로는 그 어떤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돈으로 그들의 멍청한 세상을 사주는 부모의 잘못된 사랑은 애나를 역대 연봉 가정교사로 만들고 사교육의 세계를 불꽃놀이처럼 환하게 만들어 나갔다.

 

교사들의 이중생활을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학교와 예쁘게만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 속에서 진정한 참교육을 행하려던 자신의 의지가 함몰되어 있음을 어느날 깨달은 애나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그들 속에서도 꽃피울 수 있는 교육법을 발견해낸다. 그래도 몇몇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손으로 과제를 해내며 대필숙제로 길들여진 것이 아닌 실력으로 다져져 있어 애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소설이 처음부터 진지하게 가르치려고만 들었다면 이 방대한 양을 다 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칙릿을 읽듯 너무나 화려하고 재미나게 읽혀지면서도 속도감으로 밀고나온 결말에는 감동이 남아 좋은 소설임을 기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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