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검은집],[유리망치],[크림슨의 미궁],[13번째 인격]까지 기시 유스케의 작품들을 탐독해 오면서 공통적인 느낌은 하나같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책의 두께를 보아하면 방대한 양으로 인해 어느 한 순간에서는 늘어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놀랍게도 단 한 순간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소수정예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정교하게 짜 맞추어져 있다. 발견하는 순간 혀를 두르게 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모던 호러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 기시 유스케는 주로 미스터리를 써 온 작가인데 반해 이번 작품은 SF로 대상을 거머쥔 쪽이라 여러 장르에 도전하는 작가성향을 알 수 있게 했고 다작을 하진 않지만 한 작품을 써 내는 동안 얼마나 오래 공들여 탈고를 했는지는 맨질맨질하게 엮어진 유기성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신세계에서]가 아주 오래 묵혀졌던 작품이라는 점이다. 86년 가작으로 입선했던 [얼어붙은 입]을 모태로 30년간 구상해서 세상에 내어놓은 작품이 바로 [신세계에서]였다. 작가의 이런 심사숙고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장인정신마저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1권에서 낯선 시작에 헷갈려했던 부분들이 2권에서는 그 모든 스토리가 정리되면서 방대하지만 완벽한 또 하나의 세상과 만나지게 되는 것은 아마 작가의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과거k의 사건과 업마 이즈미의 처리 이후 여왕벌에게 모든 진실을 듣게 된 사키는 사토루와 함께 세상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돌입하게 된다. 사토루는 267살 된 여왕 도미코의 9대 자손으로 사키 곁에서 끝까지 그녀를 돕게 된다. 

사이코버스터. 강독성탄저균인 STBA라 불리는 병원균을 악귀를 쓰러뜨리는 도구로 사용하면서 라그나로크로 변해버린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던 소년과 소녀는 기막힌 사실과 직면하게 되는데 퇴치의 목표였던 요괴쥐가 사실은 인간의 염색체와 동일한 23쌍의 염색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과거 파워엘리트들이 주력을 가지지 못한 인간을 요괴쥐화 하면서 새로운 주종관계를 형성했는데 결과 천년이 지난 미래, 그들의 역습을 받게 된 것이다. 

소녀 사키는 제 몫을 다 해냈지만 모든 것을 알고 난 후 평화로움 속에 가장된 추악한 진실과 대면하는 일은 불편한 일이었다.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세상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기시 유스케의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며 나는 그가 상상했던 세상의 끔찍스러움을 다시금 떠올리고 싶지 않아졌다. 누가 누구에게 감히 결정권을 허락할 수 있다는 말인지....

인간의 존엄은 예나 지금이나 세상 어느 한 구석에서는 철저히 짓밟히고 유린된 채 카르마 상태로 계속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져서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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