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2010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제리]를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답답함이었다. 목까지 죄어오는 숨쉴 수 없는 답답함이 진공의 공간 가운데서 나를 자꾸만 밀어대고 있었다.

 

20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찾아헤매어야 할 그 나이에...시도만으로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그 나이에 제리와 주인공 "나"는 하루하루를 죽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허무하게 살게 내버려두는 것일까.

 

제리. 스물 하나.

나. 스물 둘.

 

제리. 호스트로 노래방이나 룸에 불려다님. 시간당 삼만원 받고 만원은 회사에 입금.

나. 재수해서 2년제 야간대학에 다니지만 가족 사이에선 없는 듯 사는 존재.

 

 

주인공 "나"는 헤어진 남친 "강"과 "제리" 사이에서 무엇을 발견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들의 관계를 두고 사랑을 논하는 것은 너무 무거운 일이었고 그들의 관계속에서 사회를 말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일이었다.

 

....회사에서도 에이스들은 특급 대우를 받아. 돌이켜 보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따위 신세였던 것 같아....라고 푸념을 늘어놓은 제리와

 

....내 나름대로는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나는 늘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아였고 인간쓰레기였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주인공 나는 순간 오버랩 되어 버렸다.

 

 

술마시고 남자를 돈으로 사고...이런 모습이 20대 청춘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주인공의 삶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포기를 발견하고는 답답하고 허무해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올 날들이 많은 그들이 앞으로의 인생을 포기하고 살아지는대로 살아버린다면 남아있는 몇 십년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단지 책 속에서 묘사된 몇몇 장면들이 선정적이었다고 해서 파괴적이고 충격적이며 반도덕적이라고 소설을 일축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제리"를 통해 그래도 무언가를 꿈꾸려고 노력했던 "나"라는 인물이 허무함 속에서 탈출해보고자 노력했다...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시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끝났지만 사실 끝내지도 못했던 강과의 과거도 끊고 돈 몇만원에 자신의 청춘을 팔고 있는 남자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잡고 싶던 순간에 그를 잡음으로서 살아보고 싶었다....라고 그녀는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한없이 답답하게만 여겨졌던 소설의 끝에서 나는 지속적인 희망도, 그렇다고 끝나버린 절망도 아닌 애매한 단계에서 책장을 덮어버렸다. 지나가버린 것들보다 현재를 스쳐지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각하게 만드는 [제리]의 책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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