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경야독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낮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을 하다 나이 마흔에 폐결핵 악화로 세상을 떠난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프란츠 카프카.

 

여행하고 싶은 도시 프라하에서 유대계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20세기 최고의 문제작들을 탄생시킨 천재작가였으나 죽기 직전 유언으로 자신의 유고를 불태우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미완성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아니면 떠나는 순간 법정스님처럼 자신의 글들이 글공해라고 여겨서였을까.

 

카프카의 글을 읽기전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 중 하나는 그의 문학은 어렵다 라는 것이었다. 심각하고 어두우며 어려운 글을 읽고 싶지 않아 평생을 도망다니다시피했는데 운명처럼 어느 순간 그의 글과 마주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첫장을 열게 된 작품은 유고작 중 하나인 [소송]이다. 어쩌면 불타 없어져버렸을지 모를 운명의 글이 살아남아 지금 내 손에 들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카프카의 [소송]은 아리쏭한 작품이다. 작가 이상 의 작품만큼이나 기괴한 작품들이 카프카의 작품인 듯 했다.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때문인지도 모른 채 결과로 달려가게 만드는 작품의 스토리라인만 봐도 그랬다.

 

주인공 k는 은행에 다닌다. 간부급인데 별다른 잘못이나 이유도 없이 갑자기 체포되고 소송에 취말린다. 죄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법정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구금이나 구류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자유로운 생활 속에서도 소송에 걸려 있다는 사실은 그의 발목에 족쇄를 달아놓는 것처럼 삶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끝까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고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되는 가운데 "처형"으로 결말 맺어지는 황당스러움은 놀라울 정도다.

 

이미 여러차례 번역되어 "심판"이라는 작품으로도 번역 된 적이 있다는 "소송"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기도 전에 스토리 전개의 기이성으로 의문을 남게 만드는 작품이다.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야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내용면에서나 탐독면에서 카프카는 읽고나서도 여전히 어려운 글을 숙제처럼 내어놓은 작가로 기억되어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