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눈 색깔은 무슨 색일까. 동물원에 자주 갔는데, 이 질문앞에서 나는 무너져버렸다. 전혀 떠올려지지 않는 코끼리의 눈동자 색을 잠시 상상해본다. 동물농장도 자주 보는데 동물들의 눈동자 색을 주의깊게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의 주의력은 그 정도 선인 것일까. 사람을 보면 눈동자 색이 다른 것이 금방 표시가 나 기억에 잘 남는데, 동물의 그것은 왜 주의깊게 보지 않았던 것일까. 책의 제목이 [초록눈 코끼리]인 걸보면 코끼리 사회에서 초록눈은 그리 흔한 눈동자색이 아닌 듯 했다. 그러니 더욱 더 궁금해진다. 진짜 대부분의 코끼리 눈동자 색은 어떤 색일까. 한밤에 택시라도 잡아타고 동물원 담장을 너머 가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샘솟아 오른다. 불끈불끈.... 초록눈을 갖고 태어난 코끼리인 범벅이는 태어나는 날 엄마를 잃었다. 범벅이를 낳으면서 난산으로 죽어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가진채 함께 살고 있는 큰 귀 할머니 코끼리는 범벅이에게 말한다. 초록 눈 코끼리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길잡이라고...너를 백 년이나 기다려왔다고... 밀림의 왕자 레온처럼 초록눈 코끼리 범벅이는 눈빛이 초록빛으로 변할 때까지는 운명을 모르고 살다가 초록눈으로 변하는 순간 꿈을 통해 핏줄의 과거를 자연스레 알게된다. 가문에 백 년에 한번씩 태어난다는 천일둥이 초록 눈 코끼리 범벅이는 서커스단에서 살아왔지만 "아프리카 초원으로 돌아가라"는 큰 귀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받고 모세처럼 아프리카를 향해 우리를 탈출했다. 물론 혼자는아니었다. 조련사의 아들 환희와 함께. 환희는 인간으로서는 유일하게 범벅이와 대화가 되는 사람이었다. 영혼의 공명으로 이어진듯 인간 사이에서 외로운 아이 환희와 엄마를 잃고 거대한 운명 앞에선 범벅이는 종을 뛰어넘어 참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은 다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또한 아끼는 벗이 되어버렸다. 야생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범벅이와 말하는 코끼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환희는 친구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애써주는 맨 처음의 사람이었다. 동물원에 갇힌 코끼리들을 보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질만큼.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 속 동물들을 자연스럽게 생각해버린 것일까. 이제는 그들을 보기 위해 우리의 편리대로 동물원에 가두어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초록눈 코끼리]는 어른들 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들을 심어 자라게 해 줄 것 같은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