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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의 추천작이었던 [내 이름은 빨강]은 어느 미국 드라마처럼 시작하고 있다. 동네 주부 아니 이미 죽어 이전에 동네 주부였던 죽은 자의 소개로 시작하던 그 드라마의 나레이션처럼 [내 이름은 빨강] 역시 죽은 자의 증언으로 시작되고 있다.
죽은 지 나흘. 장소는 우물 바닥.
죽는 순간 고향을 찾는 동물들처럼 떠난지 12년 만에 이스탄불로 다시 돌아온 때가 바로 서른 여섯이 된 해였다.
누가 카라를 죽인 것이며 무슨 이유로 카라는 죽임을 당해야 했던 것일까.
이 모든 것이 숨겨져 있을 그의 과거로 되돌아가 소설은 시작되고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가 시작되는 것처럼.
12년 전 24세의 카라는 12살의 셰큐레를 향한 사랑을 그녀의 아비인 에니시테에게 들켜 버린다. 그리고 곧 거절당한 채 이스탄불을 떠났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기마병과 결혼했던 셰큐레. 그녀의 남편이 실종 된 후 다시 나타난 카라는 이전과는 다른 멋진 모습이어서 그녀를 다시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혼이 합법화 되었고 12년 전부터 간절히 바래왔던 결혼식이 치루어졌다. 셰큐레의 아비자 살해당한 바로 다음 날.
저는 00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여러 인물과 또는 생물들의 관점에서 시작한다. 모두 제각기 자신의 이야기 혹은 카라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화자만 바뀌었을 뿐 이야기는 정돈되어 흘러가고 있다. 한 치의 헷갈림도 없이.
첩보영화의 배경으로만 여겨왔던 이스탄불에서 살인과 배신이 난무하는 가운데 목숨을 건 사랑을 시작한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배경을 파헤쳐 나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 이름은 빨강]은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 있었고 1권을 다 읽고 나서도 서둘러 2권을 손에 들만큼 손과 머리를 바쁘게 만들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가볍지도 또한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았던 [내 이름은 빨강].
어서 손에 들려 있는 2권을 읽고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