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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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보면, 반드시 복잡하게 얽혀야지만 재미를 탄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독특한 소재, 특이한 캐릭터 한 명이 소설의 전반을 이끌고 갈 때가 있으니까. [절망의 구]도 그런 작품이었다. 어느 순간 구멍이 나타나 사람들을 삼키기 시작한다는 다소 sf적인 독특한 발상 아래, 담배를 사러 나왔다가 구에 쫓기는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아니고, 사람들이 세계평화와 공존을 외치며 힘을 합치는 v식의 협동 스토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특별한 이야기 없이 구에 쫓기면서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의 스토리를 뽑아냈다. 편안하게 읽으면서도 그것이 참 신기했을 따름이었다. 

제 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컨설턴트도 그랬다. 완전범죄 살인을 위해 어느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킬링 시나리오를 써 주는 남자. 그가 써 주는 대로 사람들은 자연사 혹은 사고사로 위장되어 완벽하게 죽는다.  자신의 시나리오 속 주인공들이 누구인지는 매체를 통해 확인하곤하는데 그 삶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도덕성도 잠식된 모양이었다. 어쨌건 스스로 손에 피를 묻혀 죽인 것은 아니니 그 양심의 가책은 생기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던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을 즈음이었다....

이제 그는 특수기관의 비밀첩보원처럼 야메명함도 있고, 직함도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출근도하는 등 꽤 구색이 맞추어진 삶을 살고 있었다. 한 6개월 가량은 작업을 하고 나머지 6개월 가량은 다음 작업을 준비하면서....게다가 잡히지 않기 위해 각종 전문자료를 받아보는 등 치밀함도 갖추어 가던 나날들의 연속 속에서 그를 사랑하게 된 한 여인은 죽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도 잃었다. 결국엔 그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여인인 매니저와 결혼하여 이 삶이 계속된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종결되지만 소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래도 좋은가? 라고.

또한 삶에 어떤 목표가 있다고 해서 이뤄질 세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꿈이 없는 것에도 우린 어느 순간부터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질 정도로 소설에 타당성 있게 설득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의 흡인력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게 된다면 말이다. 작가도 다르고 주제도 다르지만 나는 [컨설턴트]를 통해 절망의 구 속으로 쏘옥 빨려들어가 버린 형상이 되고 말았다. 

평소에는 반대로 생각되던 것들이 동화되어 이렇게 생각되어 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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