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당신의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라니. 무엇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기를 그토록 고대했던 것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책 표지와 같은 모습의 표지 그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대로 자살용품만을 판매해왔다는 상점을 소재로 한 독특성 때문이었을까. 십오만 명이 자살 시도를 하는 가운데 무려 십삼만팔천명이 실패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죽지 않는다면 전액 환불~!!!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판매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가족은 아주 특이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타인의 자살에 대해 진심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는가 하면 아들에게 "안녕히 가세요"가 아니라 "명복을 빕니다"라고 인사하는 법이 옳다고 가르치는 이상한 부모. 게다가 자장가 대신 자살 이야기를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엄마를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블랙 유머는 이런 모습에서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있었는데, 대대로 이어온 가업인 자살가게에 알랑이 태어나면서부터 집안에는 이질적인 느낌이 생겨버렸다. 도대체 자살가게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이 아이는 그림조차도 햇살 가득한 밝은 그림을 그리고 바람과 놀고 구름과 이야기하며 오가는 손님에게 미소와 인사를 잊지 않는다. 열한 살 알랑의 그 점이 부모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자살가게를 대물림하여 이어가며 알랑을 제외한 식구들 또한 염세적이고 죽음에 가까워져 있었는데 알랑은 손님들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행복과 미래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차게 만들어 놓고 마지막에 생명줄을 놓아 버렸다. 행복한 마음으로. 임무 완수라며.
그래서 [자살가게]는 끝까지 진행되는 반전으로 인해 엽기발랄함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애초에 자살가게라는 장소를 생각해낸 것 자체 부터가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자살용품 판매의 가업을 잇다니..기요틴의 창시자 기요틴 가문조차 감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이야기가 아닌가.
장 퇼레는 죽음에 대한 기묘한 접근으로 인해 더 역설적인 웃음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읽는 내내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끊이 없이 웃게 만드는 유머의 참신성이 페이지 마다 가득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