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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토피아
아스카 후지모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이웃의 블로그에서 술 취해 고양이를 학대하고 내던져 죽인 한 여자의 cctv화면을 보게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화가나기도 했지만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상태였더라도 학대가 잔인하여 화가 났을 것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술김에 한 생명을 학대한 후 내던져버린 채 후련한 마음으로 죄의식 없이 살다니....살인이 아니어서 벌금형 정도라지만 세상엔 동물보다 더 못한 인간이 많구나 라고 통탄하게 만들만큼 잔인한 영상이었다. 그래서인지 달린 리플들도 하나같이 소리높여 여자의 만행에 대해 반성을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나는 열 살도 안 돼서 고양이를 죽였다"라고 고백하는 꼬마 아스카의 고양이 죽이는 99가지 방법에 관한 책이다. 눈이 쪽 찢어진 아이가 삽화로 나와 있는 소설을 문학의 영역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일지 며칠 전 봤던 영상의 여자와 매치시켜 이해해야 할지 처음에는 읽기가 무척이나 망설여졌다.
엄마를 대신해서 귀찮은 일을 처리한다는 변명하에 고양이들을 잔인하게 죽이기 시작하는 여자아이는 아직 열 살이 채 되지 않았다.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이 아이는 마이라라는 고양이를 처음으로 시작해서 많은 고양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죽이기 시작했다. 아주 잔인하게. 죄책감 없이. 마치 사이코 패스처럼.
부모조차 딸아이가 자신들을 헤칠까봐 꾸중하지도 못한 채 계속 고양이를 사주었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은 무서움에 떨면서 모른 채 했다. 그리고 두 명이 번갈이 가며 맡고 있는 정신과 의사들조차 처음에는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나중에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아이를 대하기 시작했다.
사탄의 인형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이 꼬마 악마는 애초부터 범죄는 피아노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경지에 이르기까지 일찍 시작해야했는데 그래서 열 살도 되기전에 고양이 살해를 시작했다고 변명한다.
소녀가 죽인 고양이들은 잠시 잠깐 살아있게 되어도 다 소녀에 의해 이름붙여졌는데 모두 독재자나 살인자 혹은 소설가 등등 유명하나 불행한 죽음을 맞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소녀는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모두가 죽기를 염원하고 있던 독재자를 암살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음 정권의 주축이 되었다. 소녀의 이름은 아스카였다.
고양이에 대한 잔인함과 뒤섞인 이야기의 엉뚱함에 휩쓸려 이야기는 오리무중 상태로 빠져들어버렸다. 꼬마 아스카의 고양이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외의 이야기들은 사실 별로 신경쓰이는 일들이 아니었다. 소설에 대한 느낌을단 한 문장으로 축약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통해 꼬마 악마를 보았다. 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