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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박 -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클로드 쿠에니 지음, 두행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가 문득 어느 페이지에서 한 인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존의 위인전에서는 읽어본 바가 없던 새로운 인물이라 관심이 갔다. 그의 이름은 존 로. 18세기 격동기의 유럽을 살면서 천재적 금융가로 불리던 그는 왜 역사에 묻혀버렸을까. 존경받을 수 있는 업적을 뒤로하고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을까. 도박사였던 경력때문일까.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남자가 왜 한순간에 그 많은 재산을 잃어야 했을까.
소설은 놀랍게도 12살부터 여색에 빠졌던 존 로의 생활부터 드러내며 시작된다. "지폐의 아버지"라 불릴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탕진하고 살인 혐의까지 받으며 수배자의 생활을 하다 프랑스에서 세계최초로 "지폐"발행에 성공하면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그의 재기는 성공이로 이어진 듯 했으나 금융 투기의 "미시시피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1729년 3월, 쉰 여덟번째 생일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했다. 돈을 이용해 "평등"을 실현하고 생활 조건을 개선하려했던 이상주의자의 꿈은 그의 죽음과 함께 깨어졌으며 수학적 재능 또한 역사에 묻혀 버렸다.
하지만 소설읽기를 마치고 후기를 읽다가 후기 속에서 또 다른 반전을 찾아낸다. 존 로가 지폐를 고안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암스테르담 은행이 그보다 먼저 지폐를 발행했다고 밝히면서 잠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읽었던 소설의 근간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존 로는 최초 지폐발행인은 아닐지언정 지폐유통을 통한 화폐통용의 유동성을 실천해낸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 보인다.
스위스 바젤 출신의 클로드 쿠에니의 소설은 긴박감을 가지고 몰아가는 소설의 힘은 없으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그에 따른 흥미를 부여하는데는 재능을 가진 작가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