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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기억
호사카 가즈시 지음, 이상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그저 잔잔한 일상이 계속되는 소설의 두께는 생각보다는 두꺼웠다. 흔히 일본의 얇은 문고판 정도의 두께를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약간 더 많은 양으로 채워져 있었다. 특별한 사건을 향한 소설도, 그렇다고 특이한 캐릭터가 있는 소설도 아닌데, 이 많은 분량이 어떻게 쓰여진 것일까.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는 호사카 가즈시는 [계절의 기억]을 무엇을 위해 집필한 것일까.
자신이 한 때 살았던 동네를 배경으로 한 소소한 일상의 늘어놓음. 우리와 다를바 없는 늘어진 삶 속에서 그 어떤 매력이 숨어 있길래 [계절의 기억]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과 히라바야시 다이코 문학상을 받게 된 것일까.
미처 내 눈에는 띄지 못한 문학적 소양이 이 소설의 어디쯤엔 숨겨져 있는 것일까.
산책하고 밥 먹고 이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상의 지나감을 일기 형식도, 에세이 형식도 아닌 소설 형식으로 이 많은 분량을 기획한데는 작가의 특별함이 존재해야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게다가 하루하루 일상이 별 일없이 지나가듯 소설도 별 일 없이 그냥 끝나버린다. 저절로.
소박한 문체 속에 리듬감까지 느려 이 소설은 읽으면서 잠시 잠깐씩 멈추어야 했다. 책을 손에서 놓치 못할 정도의 긴박감이 없었던 지라 하던 일을 하면서 쉬어가면서 읽어가면서를 반복해도 전혀 하등의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다.
왜 제목이 계절이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적으로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막스를 거치지 않고 물흐르듯 고요히 읽게 된 소설은 기존의 틀을 많이 벗어나 있어선지 쉽게 눈에 익지 않았다. 하지만 읽고나서도 괜히 읽었다라는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이상함이란 이 소설만이 가진 특징이 아닐까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