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사카 고타로는 독특하다.  흡사 외계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주적인 상상력을 뻗쳐 우리는 사로잡는다. [마왕]이 그랬고 [사신치바]가 그랬다. [종말의 바보]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에서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쪽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더니 끝나버렸다. 

최근에 [그래스 호퍼]를 보면서 감동받았는데, 후작인 [sos원숭이]를 읽으면서 혼란에 빠졌다. 대체 이 작가 정신상태는 괜찮은 것일까 하고. 일반인들의 정도라든가 한계치 라든가 도덕적 관념이나 사회적 통념을 통해 그어놓은 선 따위는 가볍게 무시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없애 버리는 작가. 

그래서 가전제품을 파는 엔도 지로가 히키코모리인 마사토의 엑소시스트를 떠맡을 수 있고, 20분 동안 300억 엔의 손실을 낸 주식 오발주 사고가 난 현실 속에서도 서유기의 손오공이 나타나 활보할 수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와 손오공 이야기로 이분법화 되어 있는 듯 한 시점 속에서도 우리는 이야기의 전반 줄거리를 다 훑어내릴 수 있다. 이런 혼잡한 소재를 가지고 이토록 잘 조합되는 이야기를 짜낸다는 점에서 이사카 고타로의 필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인간이란 존재가 누구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였던가. 자신도 완벽하지 못하면서 남을 구할 수 있을까, 과연. 이라는 의문.

역자의 표현대로 소설은 요란하다. 현란하고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요란스럽다. 그런 소설 속에서 진심이 전해지기 보다는 엉뚱함이 전달되는 것은 왜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기대를 한다는 자체가 우습게 느껴지게 만드는 작가 고타로. 그의 작품을 두고 미루어 짐작을 해 본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처럼 여겨진다. 절대 짐작할 수 없는 길을 향해 소설은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sos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진 지로. 그는 신호를 보내는 모든 이를 구할 수 있을만큼 뛰어나거나 영웅적이지 못한 인물이다. 돕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쉽사리 어쩌지 못할때가 많은 우리와 닮은 그가 평범하지 못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어쩌면 재미는 이 곳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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