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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 25년.
인도인 남자친구가 집안 살림과 함께 어느날 아침 사라져 버린 사건을 겪다.
이런 황당 시츄에이션을 겪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남들이 안 겪는 특이한 사건을 겪게 되는 것은 경험상 행운일까. 불행일까.
결국 열 다섯 봄에 등진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는 일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표현이 엄마의 집에 "실례"를 했다가 아닐지. 10년 만에 들어가는 집의 감흥은 그다지 달콤해보이지 않았다. 애인과 전재산을 몽땅 함께 잃어버린 주인공이 엄마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소통의 도구로 문자를 골랐다는 것도 평범한 일이 아니었지만 이런 딸에게 맞춰 종이에 답장을 써두는 엄마도 정상적이진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말았다.
엄마의 창고를 빌려 달팽이 식당을 개업하고나서는 손님들과의 대화도 필담노트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연의 손님들이 식당을 거쳐갔다. 그 사이 평생 그리워한 첫사랑의 남자의 부인이 되었던 엄마는 겨우 몇주만에 저세상으로 가 버렸고 딸은 필담용 노트를 관 속에 넣는다. 이건 또 어떤 의미가 있는 행동일까. 엄마와의 이어지는 소통? 엄마와의 화해?
딸은 왜 엄마와 아웅다웅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책 속 모녀도 엄마의 죽음 뒤에 발견된 편지를 통해 서로의 얽혀있던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었다. 제일 좋아하는 대상이면서도 가까이 있으면 서로 상처입히고 마는 존재. [애자]에서 잘 풀어냈던 모녀관계의 엉겅퀴가 이 곳에서도 발견되었다.
"계속 하렴"이 담긴 엄마의 유언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매일매일도 그녀에겐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달팽이 식당은 잔잔하면서도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와는 또 다른 인간소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