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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1 - 소설 안중근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불멸] 을 읽기 전에 나는 표지에서부터 가슴저린 슬픔을 느껴야 했다.
새끼 손가락과 길이가 같은 넷째 손가락. 그 손가락의 분단처럼 여전히 분단되어 있는 조국의 미래를 알지 못한 채 그는 젊은 생을 조국을 위해 바쳐야 했다.
그저 눈 감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견딘 민초들도 있다. 그 기회를 틈타 조국을 팔고 이웃을 팔아 부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민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불태워버린 청년도 있다. 우리의 역사 속엔 다양한 선조들의 모습이 있다. 조국을 팔아 자신의 배를 채운 이들을 제외하곤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할 권리는 없다. 우리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우리도 어떤 선택을 했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동지를 팔고 민족을 팔아 여전히 큰 소리 치며 제 뱃살 찌우기에 여념없는 그들의 면상에는 침을 뱉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 비겁한 선택을 한 사람들에 비해 30년 6개월 남짓 살다간 한 투사의 삶은 애닯고도 숭고했다. 30년. 10대에 읽으면 참 많이 산 세월같겠고, 20대에 읽으면 적당히 산 세월 같겠지만 30대가 지나서 읽게 되면 너무나 짧은 세월을 살다간 삶의 길이. 안중근의 삶은 딱 그랬다.
동학에 뜻을 두고 민투에 뜻을 두었던 부친의 아들이지만 그는 아비가 천주교도가 되는 것에 불신과 의혹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례를 받으면서 그는 그런 마음을 버렸다. 도마 안중근. 무슨 한자로 된 호이거니 생각했던 그의 이름 앞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세례명이었던 것이다. 토마스 안중근 즉 도마 안중근이었다.
1권은 도마의 삶을 천천히 걸어가듯 답보하고 있는데, 그 끝은 대구에서 일으킨 국채보상운동 에서 멈춰진다. 민족의 수탈이 자행되는 일제강점기 사에 대해 우리는 역사시간에 속속들이 배울 시간이 충분치 않다. 하지만 이렇듯 훌륭한 작가들의 선 굵은 역사 소설 속에서 그 시절을 눈으로 읽으며 수업시간과 연계해서 떠올려지는 단어들을 확인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찾아보는 학습을 하면서 역사는 조금씩 덧입혀지기도 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 젊은 날의 초상]을 집필해온 이문열의 선 굵은 필체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 심장 속 넷째 손가락의 주인공 도마 안중근의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심심하면 장난질하듯 공론화 하려고 애쓰는 일본의 만행 앞에 우리는 그의 넷째 손가락을 다시금 떠올리며 도마의 정신과 의지를 잊지 않았음을 깨달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