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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의 행복
제인 베자지바 지음, 이승숙 옮김 / 예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카티는 열한 살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고 인생은 언제나 따뜻한 봄빛 같기만 하다.
하지만 카티에겐 비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엄마와 아빠.
엄마 찾아 삼만리처럼 카티의 얘기 속엔 처음부터 엄마가 등장하진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엄마가 왜 곁에 없는지에 대한 실마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우리는 따뜻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카티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열한 살.
미주알고주알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도 좋으련만 카티는 질문을 삼킨다. 하도 웃지 않으니 마치 일등품 농산물 통조림 같다던 할아버지의 유머 속 할머니는 빨강머리앤의 마릴린 아줌마 같은 느낌이 든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할머니의 속내는 "휴대용 밥상"이라 불리는 도시락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카티가 무얼 좋아하는지 아는 할머니의 도시락은 언제나 카티취향이다.
또 한 사람의 보호자 할아버지. 변호사였다가 은퇴한 할아버지는 익살스러운 분이다. 할머니가 요리한 음식은 니스칠 한 음식 같다면 불평해대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 불평조차 익살스럽다. 언제나 카티의 편에 서서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할아버지.
카티는 이 두 사람과 함께 태국에서 살고 있다. 루게릭 병에 걸린 엄마가 서서히 죽어가는 동안에도, 죽고 나서도 카티에게 아버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단 며칠 동안 엄마가 준 퍼즐 같은 혹은 수수께끼 같던 아빠에 대한 추억이 다였다. 그리고 선택은 카티에게 맡겨졌다.
[맘마미아]의 소피도 아버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결혼식 전날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버지가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열한 살 카티 역시 편지를 붙여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엄마는 모든 것을 어린 카티의 선택에 맡겨두고 떠났다.
묘한 성장소설인 [카티의 행복]은 짧고 얇지만 [내 생애 따뜻했던 날들]처럼 포근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다. 어른들만 전면에 내세웠다면 심각했을 이야기를 어린 카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니 예쁜 동화처럼 완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