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부터 살게 된 미국보다 일본에 대한 향수를 간직해온 저자 미즈무라 미나에. 그런 그녀 앞에 조국의 근대화는 반가움보다는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 "시간"을 애도하기 위한 작품이 [본격소설]이라는데, 일본판 폭풍의 언덕이라고 해서 더욱더 주목받게 된 작품 읽기를 완벽히 마쳤다. 오랜만이었다. 읽기를 마치면서 이토록 알찬 내용을 읽게 된 것은. 고전 혹은 순수문학 파트의 소설을 읽은 지 꽤 된 것 같은데, 2010 읽은 책 중 열손가락에 꼽을 좋은 책 중 한 권이 바로 이 본격소설이다. 웅장하면서도 편안하게 읽히며, 거짓이면서도 진실을 간직한 소설. 화자가 후미코일때 보여지던 세상은 마지막에 후유에 할머니의 고백으로 뒤집어 보여진다. 똑같은 과거를 누군가의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아름답게도 혹은 추악하게도 비춰지는 것이다. 후유에의 고백으로 인해 유스케는 그간 있었던 잘 맞춰지지 않아 억지로 끼워놓았던 퍼즐의 조각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삼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다시 찾아간 장소에서 유스케는 "시간" 그 자체가 모든 것을 침식하고 있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부유층 소녀 요코와 사생아 다로 사이의 불행한 사랑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기며 세월을 엮어온 것을 보며 인연이란 역시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느낀다. 모두가 연관되어 있으면서 또한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뒤로 물러서 있다. 이런 짙은 향을 풍기는 소설에 왜 [본격소설]이라는 딱딱한 제목이 붙은 것일까 의아해했으나 번역후기를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본격소설이란 일본 근대문학을 서구문학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어이며 비평과 관련된 단어라고 한다. 서구문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연애소설]이라는 제목이 붙어도 좋을 자신의 소설에 본격소설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 역시 저자인 미즈무라 미나에의 선택이라고 했다.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본격소설은 우리의 재미를 강등시키지 않는다. 강등은 커녕 더 충동질 시키고 있다. 연인이 얽힌 연애사, 가문과 가족들이 얽힌 애증의 고리,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집단의 사회성 표출까지. 소설은 고전의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재미만은 현대물의 그것과 다를바 없었다. 이쯤해서는 작가 미즈물 미나에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그녀의 작품들이 얼마만큼 번역되어 들어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지런히 찾아다녀봐야겠다. 단 한권의 감동으로 끝날지, 다음 권으로 이어질지는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 판단이 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