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의 머리일까?
차무진 지음 / 끌레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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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앞에 두고 있다.

한 여름의 무더위와 맞먹을 만큼의 더위 앞에서 소름이 돋는다.

지금 정수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한 줄기 땀은 무더운 것이 아니라 식은땀이다.

더위로 한껏 열려있던 모공들이 조개 입다물듯 서둘러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나의 작품이 이토록 충격적일수가 있을까.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출판되는 날부터 기다려왔던 작품이었다.

 

<삼국유사>에 예고된 살인, 천년동안 잠들어 있던 전설.

 

에 혹하지 않았는데도 이 작품은 자석이 다른 극을 끌어당기듯 독자들을 당기고 있었다. 68년 이병도 박사가 <조선일보>에 기재했던 김유신 묘 진위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소설은 이미 그 모티브를 뛰어넘고 있었다.

 

첫문장부터 사로잡아라. 라고 작법서에 흔하게들 표현하지만 사실 첫문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글을 만나기란 가뭄에 단비같다. 하지만 소설은 첫 인물부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67세의 김교수는 무당이다. 미국 유학파인 동시에 화령대 민속박물관 관장이면서 40대같은 탱탱한 피부에 여전히 여성호르몬이 강렬히 분출되는 이상한 여인이다. 게다가 그녀는 타인의 운명을 미리 아는 능력을 가졌고 때때로 빙의 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발굴 중 학생들 앞에서 이상한 몸짓을 행하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소설의 묘사대로 상상하면서 과연 영화화 된다면 이 강한 역할을 누가 맡을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해 보았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계의 명배우들 중 그 누구도 이런 강렬한 퍼포먼스를 행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은 김교수를 떠나, 이어진다.

 

머리만 달랑 나타난 미라. 완벽히 비누화 되어 썩지 않았지만 몸체는 어디에도 없다. 거기에 음산한 집안인 유곡채 김씨일가. 자신을 죽여가며 그림을 그리는 이상한 화가 장남이 살고 있는 곳이며 그들과 사돈을 맺으려는 봉우당 둘째 딸의 목잘린채 발견된 사체. 사건은 현대적인 것과 과거 역사적인 것이 묘하게 교차되면서 함께 의문점을 두게 만든다. 어느쪽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도록 균형있게 짜맞춘 작가의 플롯 감이 감각적이다.

 

그 어느 페이지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마치 끝나지 않을 귀신의 집 속에서 홀로 튀어나오는 귀신들과 사투를 벌이는 밤 같은 느낌이 끝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랬다. 이제껏 이런 류의 소설은 일본작가들이 빛을 발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들의 타이틀을 우리가 가져와야 할 때가 아닐까 싶어졌다.

 

작가의 작품을 읽고 다른 작품을 읽기가 두려워졌다. 지나치게 심심해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보다 재미난 작품은 읽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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