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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일생 - 비밀엽서 프로젝트 종합편 : 역대 투고작 중 가장 심오하고 아찔한 엽서 모음 ㅣ 포스트시크릿 북 4
프랭크 워렌 엮음, 신현림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쉿! 비밀이야~"해서 지켜진 비밀이 세상에 있었나?
[루머의 루머의 루머]도 그랬고, 소문을 작품으로 했던 작품 모두 비밀이 지켜진 적이 없었던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
비밀. 그것은 공공연한 소문이라고 사전적 의미를 다시 써야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구나 비밀을 몇가지씩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은 남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것이리라. 그런 비밀을 세상과 공유하도록 만든 사람이 있었다. 프랭크 워렌은 큐레이터였는데 어느날 우편 엽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시작했던 것일까.
2004년 11월 엽서 3000개를 인쇄하며 인생 최고의 비밀을 적어 익명으로 보내달라는 내용을 함께 적어 도서관이나 공공장소에 뿌려놓았다. 지하철 역에서도 나누어 주고 미술관에서도 나누어 주고 심지어는 도서관 책 페이지 사이사이에 끼워두기도 했단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 엽서들이 집을 찾아오기를.....
놀랍게도 엽서는 150,000통이 넘게 도착했고 이는 곧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덩달아 유명해져 버렸다. 이것도 나비효과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용 또한 가히 충격적이었다.
- 3년전 자살하려 했다
- 어린 동생을 추행한 적이 있다
-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반지를 끼고 싶지 않았다
- 나는 루저였다
- 베이비시터를 계속하기 위해 주인의 콘돔에 구멍을 내며 살았다
등등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익명성이 보장되어서였을까. 아니면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서였을까. 놀라운 내용들의 엽서가 책 속에 그대로 실려 있었다.
그들은 어쩌면 비밀을 세상과 공유하고 싶기보다는 그들만의 대나무 숲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쳤던 모자 장인의 외침처럼 속 시원히 외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던 그들의 비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