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외계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6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마음 속엔 얼마만큼의 추악함이 자리잡고 있을까. 
악의적인 주인공이 글의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악의적인 인간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보다 넓을 것인가.

[이판사판 인질극]을 보면서 그 특이성에는 감탄했지만 종국으로 치닫을수록 잔인해지며 인간이길 포기하는 두 남자의 잔혹성에 잠시 페이지를 닫아야했다.  평범하게 살아왔던 사람도 눈 앞의 잔혹성에 노출되면 자신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법일까. 이 글을 보면 인간에게 사악한 마음과 착한 마음 두 가지가 언제나 공존하고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흉악범 오고로고로는 교도소에서 아내의 재혼 소식을 듣고 아내와 자식을 만나기 위해 탈옥하지만 "나"의 집에서 현재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나"의 아내와 자식을 인실로 삼으며.

경찰도 언론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을  파악한 "나"는 오고로고로의 집으로 쳐들어가 인질범의 가족들을 반대로 인실로 삼아버렸다. 그리고 두 남자는 서로의 가족을 인질로 삼고 대치중이다. 아이의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잘라 보내면서도....남의 아내를 겁탈하면서 그들에게서 인간의 향취는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모래가 새듯이...

끔찍한 단편이었다. 인질범의 가족을 인실로 삼는다...는 소재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신선한 것이었으나 점점 그들의 미친짓이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족을 매개체로 게임하듯 서로에게 상처 주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끔찍했다. 

IQ가 178이나 되는 이 천재 작가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재미나게 읽었던 나로서는 이 단편들을 이해하기가 좀 난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악의 외계인]도 그러했고, 그나마 가장 평범하게 느껴졋던 [기울어진 세계] 역시 어딘지 모르게 삐딱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는 올바른 것을 거부하고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유리조각들을 찾아내려는 사람 같았다. 눈의 여왕에게서 부서져 카이의 눈에 들어간 그 조각처럼 작가의 눈에도 그 조각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겔다로 인해 다시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감동을 전하는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엉뚱하지만 유쾌하지만은 않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유머도 섞여 있는 그의 묘한 단편들은 그렇게 전작과 비교했을때 약간 씁쓸한 느낌을 남겨두며 책장을 덮게 만든다. 꿈에 젖기 보다는 꿈을 깨게 만드는 글들이긴 했지만 야스타카의 시선에는 균형보다는 고집이 느껴져서 좋았다. 무조건적인 순응보다는 비틀어보고 반항도 해보는 그의 작가정신이 맘에 들었다고나 할까. 그의 작품과는 별개로 참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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