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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도의 아내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허진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본시오 빌라도에게서 고난을 받으사..."는 너무나 유명한 구절이다. 그를 모르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사도신경을 외우며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얼마나 나쁜 사람이기에 헤롯왕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는 매주 전 세계 교인들의 입술로 말해지는 이름의 주인공이다. 그는 누구일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사실 그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이름이거니 했을 뿐이다. 하지만 빌라도 그가 누구인지 알고 나니 그의 행적이 더욱더 궁금해진다. 마태복음 속에 그의 아내에 관한 구절이 짧게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일인데 27장 19절 말씀에,
"빌라도가 재판석에 앉아 있는데 그의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당신은 그 의인의 일에 관여하지마세요. 지난밤 꿈에 그 사람 때문에 큰 괴로움을 당했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예언자였을까.
그 한줄로 작가는 빌라도의 아내를 상상해냈다. 2천년 동안 숨겨졌던 빌라도의 아내의 놀라운 능력. 바로 예지력이었는데, 이 책이 종교적으로 기술된 것이 아니다 보니 예수의 삶과 교차되기 보다는 그녀 자신의 삶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끝부분에 잠시 등장되는 십자가 처형이 좀 더 비중있게 다루어졌으면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빌라도의 아내가 황실의 핏줄이며, 가족 모두가 그로 인해 정치적인 음모에 휩쓸려 하나둘씩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권력도 참 부질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단 한 순간 행복했으며 평생을 불행하게 살지 않았을까. 살아있다는 것보다 살아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한 그녀의 삶.
클라우디아는 예언의 여인이었다. 미리 안다는 것이 그녀를 단 한 순간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예언을 통해 누군가를 구원하지도 못했다. 왜 신은 그녀에게 예언의 능력을 주었을까. 그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혹은 살리지 못하지만 역사속에서 더 위대하게 남기를 바라면서??
그 한줄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주말이다. 예언이 받아들여져서 남편이 클라우디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히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