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1
김탁환.정재승 지음, 김한민 그림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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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9년 서울. 아바타와 아이로봇을 합체해 놓은 듯한 도시가 꿈틀거린다.

기억은 세포를 바꾼다. 세포의 변화가 곧 기억이다.

라는 첫문장이 얼마만큼의 무게감을 지니는지 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소설은 빠르게 우리의 눈을 몰아간다.  컨설턴트로부터 레벨 5를 받은 서울특별시 보안청 특별 수사대 소속 수사팀 초대팀장이자 검사인 은석범은 [도시의 종말]을 쓴 작가 손미주의 아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적당히 인체와 기계체를 섞으며 살아가는 도시를 떠나 자연 그대로의 생을 받아들이고 있는 생태주의자 어머니의 아들. 


그가 사는 도시에서 뇌를 도둑맞은 시체들이 나타난다. 목적을 알 수 없는 연쇄살인마의 뒤를 쫓기 위해 실마리 찾기에 고심하지만 좀처럼 그 검은 존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과학을 좋아하는 소설가와 소설을 좋아하는 과학자의 공동집필은 특이한 소재의 책 한권을 세상에 토해놓았다. [눈먼 시계공]이라는 제목하에 범상치 않은 일러스트까지. 작가 김탁환은 또 자신의 허물을 한꺼풀 벗어버렸다. 대체 이 작가의 허물벗기는 몇차례나 더 진행될 예정인지 모르겠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읽었을때 작가는 역사를 고증한 작품들을 내어놓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들이 어려웠다. 어려웠으나 재미가 있어 쉬이 놓진 못했는데 역시 다 읽고나면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술술 풀어읽기를 방해하던 요소가 무엇인지 찾지는 못한채 어려웠다는 것만 기억했다. 그 어려운 타래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노서아 가비]때부터였다. 그의 소설이 갑자기 쉬워졌다.

그리고 그 쉽다는 느낌은 다른 방향으로 꼬여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소재의 난해성이 쉬운 글읽기와 매치되기 시작했다. [99]를 만나면서 그 괴기스러움과 요묘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빠르고 신나게 읽혀진 시간들이 신기했다.

[눈먼 시계공]은 놀랍다. 그 소재면에서도, 내용면에서도 놀랍다. 시즌별로 드라마화 되거나 영화화,게임화되어도  멋질 글이다. 다만 그 상상력을 스크린에 멋지게 옮길 자본과 기술이 모자라는 땅에서 집필되었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헐리웃에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다른 상상을 해 본다. 아바타보다 멋진 기술력으로 미래도시 서울이 그려지고 인체와 기계체가 섞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이보그적 모습이 그려지는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을.

눈먼 세계공의 2권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연쇄살인마가 잡힐지,또 다른 결말의 기다림이 있을지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흐뭇해진다. 또 다른 세계의 상상력을 만난다는 일에 설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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