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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단 한번도 소재가 가벼웠던 적이 없었다. 작가의 글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관심이 없던 소재의 글이었더라도 꾸준히 빠져들어 읽게 만드는 힘이 작가의 글엔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고대사가 아닌 현대사는 우리에겐 뭐라 판단하기 어려운 숙제 같은 역사다. 세계사나 국사를 배우면서도 현대사는 수업시간에도 언급하기 껄끄러운 듯 선생들은 아예 수업을 하지 않고 넘어갈 때도 있었다. 수업을 해봤자 책의 내용을 읽고 넘어가버리는 정도로 끝났다. 그들에게도 가르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인지 현대사에 대한 공부는 늘 그랬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자라서도 현대사에 약하다. 1026이란 제목을 보면서도 뭐지? 싶었다. 1026만 듣고 김재규 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이라고 떠올리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젊은 층이라면 10명 중 9명은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다. JFK의 암살범이 리오스왈드라는 사실은 꽤 알고 있어도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것은 잘 모르는 것이 바로 우리 역사 교육의 현실이다.
역사 교육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나조차도 배운 것 외엔 별로 관심을 두지 못한 것이 현대사이고 보면 우리는 우리의 현대사에 너무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것은 아닌가 싶다. 반성을 해야겠다는 자각을 하며 1026을 더 열심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소설은 소설일뿐이지만 완전 허구를 바탕으로 쓴 것이 아닐 바에야, 고증과 실제가 포함되어 있을터,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부터가 작가의 솜씨인 것일까.
1026은 [한반도]라는 소설의 개정판이라고 했다. 한반도.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 읽지는 못했던 작품인데 이렇듯 개정판으로 읽으면서 작가의 서문까지 읽다보니 생기는 의문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81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되풀이된 특별 명령 11905호 - 미국 정부의 어떤 공무원도 다른 나라 지도자의 암살에 관여 해서는 안된다. 라니. 그럼 그 이전에는 관여했단 말인가. 사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도 김구 선생의 암살도 우리에겐 많은 의문점을 남긴 사건이긴 했다. 세계 무대에서 늘 인권을 들먹이던 그들의 양면은 이런 것이었을까.
1026은 직접 읽어야할 작품이다.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 말거나 현대사의 지식이 얕아 그냥 지나칠 그런 소설이 아니다. 직접 읽고 자신의 느낌과 직관으로 판단해야할 소설인 것이다. 언제나 우리에게 핏줄국민임을 자각 시켜주는 작가의 선 굵은 작품을 또 하나 읽어냈다는 뿌듯함과 현대사에 대해 좀 더 파헤쳐 보고 싶다는 열망을 동시에 안겨준 작품이 바로 1026이다.
-대중? 김대중은 있을지 몰라도 그냥 대중은 없는 거요. 대중이란 늘 선전과 공작에 이용당하는 존재들 아니오.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소?
라는 극중 김학호의 대사를 곱씹으며, 오늘날 우리 모두는 여전히 이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버렸다. 책 속의 그 어떤 대사보다도 직설적이며 우리를 향해 화살을 돌리고 있는 이 대사. 충격적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