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선장이 죽은 뒤, 악당들이 해골선장의 보물을 저주하고 숨겨놓았다고 한다. 무슨 롤플레잉 게임에 참여한 듯 나는 그 보물지도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책도 큼직하거니와 팝업북인 이 책은 팝업조차 큼직큼직하고 시원스럽다. 대신 아기자기한 맛이나 풍성한 맛은 없는데 그것 또한 나름 괜찮은 전략같았다. 게임을 진행하듯 해골선장의 보물지도를 단단히 봐 두면서 페이지를 따라 여행을 떠났다. 해골 섬지도를 벗어나자마자 연두빛 괴물 문어의 공격을 받았는데, 징글징글한 다리를 우글거리면서 홀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욕심쟁이였다. 얼른 뒷 페이지를 넘겼더니 이번에는 상어가 나타났다. 하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아이도 아닐뿐더러 그저 죠스스바의 일부분으로 보였을 뿐이다. 조스라는 영화를 처음 봤을때는 어릴때라 그 "쿵쾅"대는 음악만 들어도 오금이 저렸는데, 커서는 죠스바 때문에 우습게만 느껴졌다. 죠스가 다가오면 한 입 물어버릴만큼 담력이 커졌달까. 암튼 상어의 공격을 피해 헤엄쳐 도착한 곳은 바로 보물이 묻힌 해골섬. 해골섬에 도착했다고 해서 보물이 제발로 걸어나오진 않았다. 원숭이들과 깜짝 놀랐을만큼 커다란 뱀이 툭 튀어 나오더니 그 다음으로 해골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 깊슥이 들어가니 이번에는 동굴속에 박쥐가 가득했는데, 제발 박쥐가 마지막이길 바라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인디아나 존스가 보면 정말 반갑다고 악수할만큼 큰 해골선장의 유령이 나타났다. 하지만 보물은 얻지 못했다. 이런 게임이라면 끝에 너무 허무해서 컴퓨터를 한 대 때려주고 말지 않을까. 동화라서 다행이었다. 보물을 포기하고 도망가버릴 것인지, 아니면 이 이야기책을 활용해서 새로운 동화 만들기 놀이를 할 것인지 아직 고민중이다. 동화의 끝이 허무하기는 슈렉 이후 아주 오래간 만인 듯 하다. 이 동화 용서해야할까? 그냥 봐줘야할까? 밤새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