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없는 세상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피리부는 사나이라도 나타나는 것일까.

[아이들 없는 세상]은 그 제목만으로도 삭막함이 묻어났다.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눈먼자들의 도시,절망의 구에서처럼 무언가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만든 아이들 없는 세상은 생각보다 짧은 이야기였다. 

삽화를 제외하면 페이지는 한 장 반 가량. 짧은 단편 모음집이라고 해도 한 편이 이토록 짧아도 되는 것일까. 맨날 싸우기만 한 어른들이 싫어 단체로 사라진 아이들. 교황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호소하고 대통령이 아이스크림을 주겠다고 텔레비전에 나와서 속삭여도 나타나지 않았던 아이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어른들이 충분히 깨달았을테니 돌아가기로 결심한 아이들이 나타난 다음날 세상은 온통 반가움 투성이었다.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 주인공인 누군가가 없는 이 짧은 동화는 아이들의 마음이 물씬 묻어나서 웃음짓게 만든다. 삽화 또한 색색의 화려함과 단순함이 마치 천재 아동의 그것인것처럼 보인다. 

세상에 이토록 짧은 단편들이 모여도 되는 것일까.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정말 짧디짧은 단편 20편이 이 한 권에 수록되어 있다. 이것이 필립 클로델 식인가보다.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소설가라는 필립의 책을 나는 처음 접해보았다. 여러 이야기를 썼고 시나리오까지 써서 직접 연출을 하고 있는 이 다재다양한 작가는 어른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일 수 있는 것들을 아이들 입장에서 잘 써내려가고 있었다. 

비록 [얼굴빨개지는 아이]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우리를 사로잡진 못했지만, [영앙만점 어린이 음식백과]처럼 교훈적인 내용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의 동화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나 어른이 함께 읽기에 적당한 책처럼 보인다. 마치 우리곁에 봄빛이 다가오듯 따뜻해지는 짧은 글들, 어른이 아이의 손을 빌려 쓴 것 같은 그 천진난만함이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온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삽화였는데, 구체화된 그림 위로 칠해진 색깔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 칠한 것처럼 삐뚤삐뚤하고 칸 밖으로 튀어나가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친근감이 가는 그림들이었으니 제목과 딱 어울리는 그림들이 아닐까 싶다. 

필립 클로델의 무공해 빛 동화. 아이도 엄마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동화같은 소설 한편을 요즘같은 계절에 읽어놓는다면 우리의 동심도 광합성 하듯 영양분이 보충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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