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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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이니치 코드]는 두께뿐만 아니라 지식의 소화량으로 보아도 참 방대한 양의 소설이다. 
쉽게 읽히지 않지만 또한 쉽게 포기하게 놔두지도 않는다. 
오랜만에 날이 개인날 오후, 자존심 강한 책 한 권과 씨름을 시작했다. 


황제 루돌프2세, 상형문자, 점성가, 예수회.

퀴즈처럼 이 단어들을 보고 공통으로 연상되는 것을 말하시오. 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우리는 과연 답을 맞힐 수 있을까.  1대 100에 나오는 문제보다 더 어렵다. 역사학적 지식과 일반인을 뛰어넘은 과학적 상식이 있어야 정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답은 보이니치 필사본이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16세기 코덱스. 
것도 웃기는 것은 보이니치 필사본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이다. 원래 비밀이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보이니치 필사본은 비밀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복사본을 구매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 장소까지 알려져 있다. 


240쪽에 달하는 양피지 원고인 이 서적은 MS-408이라는 도서분류번호를 달고 예일대학의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500년된 그림책은 여전히 비밀스럽다. 아무도 그 책을 해석해내지 못하고 있다. 샹폴리옹이라도 되살려야 이 책의 문자들을 해독할 수 있을까.


[4의 규칙]을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사실 히프네로토마키아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너무나 추상적이라 감히 그 책을 상상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보이니치 필사본은 상상할 필요가 없었다. 페이지마다 해당 그림들이 그림으로 수록되어 있었고, 설명과 묘사도 자세한 편이었다. 문제는 그 책의 내용이 아니라 해석이었는데, 끝까지 그 해석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피타고라스가 제자의 이론을 훔치고 그를 죽였다라는 스토리 라인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천년의 침묵]에서와는 반대로 [보이니치 필사본]은 스승을 죽였다는 소문의 주인공 요하네스 케플러를 쫓고 있었다. 그는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형편을 딛고 성공한 사람이었으나 덴마크의 위대한 천문학자이자 귀족이었던 스승 튀코 브라헤를 살해했다는 소문을 죽는 날 까지 달고 살아야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이 책이 세상에 탄생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 윌프레드 보이니치. 1900년대 러시아 출신의 영국 고서적 상이자 번역가, 수필가로 활동했던 보이니치. 

이들의 과거를 따라 현재의 엑토르 신부는 비밀의 열쇠를 탐닉해 나간다. 

굳이 스토리를 뽑자면 이 정도가 [보이니치 코드]의 스토리 라인일 것이다. 무언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것을 원했다면 이 소설이 실망스러움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의 한 자락을 알고자 하는 앎의 길로 소설을 뽑아들었다면 분명 재미난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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