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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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글은 어렵다. 원작을 읽기 전에 영화를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책으로 다시 접했을때엔 지속적으로 읽기에 어려움이 느껴졌다. 읽다가 자꾸만 멈추어야 했고, 다시 읽었을 때엔 앞장으로 되돌려 연속성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만큼 어려웠다.  진중하고 무거웠으며 사색하게 만들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는 결코 쉽게 쓰지 않는다. 몇 권의 책을 읽어봐도 그렇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인간이란 무엇인지, 사회 안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존재감의 %를 고민하게 만든다.

13번째 작품으로 우리에게 소개된 [수도원의 비망록]은 새작품이 아니었다. 82년 작으로 그의 고국인 포르투갈 주앙 5세 왕조의 이야기다. 후계자를 낳기 위해 힘쓰는 주앙 5세와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아 아나 조제파 왕비의 이야기로 시작되면서 주인공 발타자르와 블리문다의 연애스토리도 풀려나간다.

후계자 잉태를 위해 왕이 세운 마프라 수도원을 배경으로 종교와 왕조의 결합과 절대왕정의 후계자라는 존재의 중요성, 신분과 종교의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시대에 비행을 꿈꾸던 사람들의 삶을 글로 읽어내면서 우리는 그 시대 속의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중세. 낯선 나라 포르투갈. 우리가 살지 않았던 그 시대 속 사람들의 삶 속에서 중요했던 가치와 꿈은 지금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어느 것이 중요하다 아니다를 떠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이면을 가졌기 때문이다.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도 그랬듯이 오랜 삶을 산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회라는 오염된 공간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쉽게 오염되면서 또한 스스로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는 존재들이었다. 다분히 폭력적이며, 다분히 집단적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습성이 잘 표현되었던 소설이 눈먼자들의 도시였다면 [수도원의 비망록]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게 만든다.

먼저 책 속의 인물들 중에서 실존 인물들을 심심찮게 찾아낼 수 있다. 정확한 고증을 통한 실존인물 세우기가 이 소설을 중요하게 만드는 절대요인은 아니지만 실존 인물이 주는 믿음과 부추겨지는 상상력은 절대적이다.

한 수도원 건립을 둘러싼 그 배경과 참여인들의 사연들이 보태져서 완성된 소설이 [수도원의 비망록]이다. 맑고 깨끗한 색감보다는 전작들처럼 희뿌옇고 무채색적인 색감의 소설로 읽혀지는 주제 사라마구의 또 다른 소설. 그의 소설은 절대 가볍지 않지만 그 무게감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소설이다. 그는 묘한 힘을 가지고 우리를 유혹하는 작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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