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없는 독은 때에 따라 인간이 얼마나 암적이 존재이며, 마음 먹기 따라 누군가를 악질적으로 괴롭히면서도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가 장인의 의뢰를 받아 해결했던 일이 무슨 일이었을까 궁금했는데, 다행스럽게 그 전편이 존재하고 있었다. 제목은 [누군가]였다.

2003년에 발표한 소설 속에서 사부로는 재벌 장인의 사위지만 소소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남자였다. 후처의 딸인 아내는 집안에서 사랑받는 존재였으나 재산 다툼에 관심이 없었고 장인이나 나이차가 많이 나는 처남들도 그들 부부를 다정하게 대했다. 하지만 사부로는 처가댁 식구들의 포스에 눌려 항상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장인이 사건을 하나 맡긴다. 휴일 운전수인 가지타씨가 뺑소니 사고로 죽는데, 자동차도 아니고 자전거 뺑소니를 당해 현장에서 즉사했다. 그의 두 딸이 아버지의 회고집을 내고 싶다는 말에 회장은 출판 경력이 있는 사위를 급파했다. 의뢰한 쪽은 활발한 작은 딸 리코였다. 하지만 장녀 사토미는 부모님의 살아온 과정을 대강 알기에 이 의뢰가 탐탁치만은 않은 듯 보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살해당했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십팔 년 전 그녀는 유괴를 당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 때문에-. 그런 이유로 사부로의 탐색방향은 회고록을 쓰기 위함이 아니라 살인사건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버렸다.

 결국 범인의 등장도 아주 초라해져버렸다. 사실 범인과 아버지의 과거는 사건에서 큰 얼룩을 남기지 못했다. 이 두가지 사실로 인해 사부로가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 드러난 것은 두 자매의 경쟁구도뿐이었다. 자매로 자란다고 다 이런 것은 아닐진데, 이런 소재의 소설이 각국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언니의 애인을 가로채는 동생. 그것을 묵과하는 언니. 자매관계를 떠나서 사람대 사람으로 봐서도 올바른 관계가 아닐텐데도 말이다. 

어딘지 모르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치고는 사회고발적 냄새도 약하고 구성도 유기적이지 못한 느낌이 들지만 주인공 사부로 가족의 등장만으로도 읽어보기 좋은 책으로 손꼽고 싶다.

그런 그는 아주 꼼꼼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적인 능력과 왠만해서는 화를내지 않는 너그러운 마음씨를 지녔는데, 이는 꼭 안철수 아저씨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괜시리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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