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표지만 보면 영락없는 추리소설,공포소설, 탐정소설 중 하나의 장르가 아닐까하고 짐작하게 된다. 거무튀튀한 옆의 붉은 색에 가까운 어두운 핑크빛 제목. 그리고 그 사이로 비치는 회색빛 햇살. 이 모든 것이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찬란한 착각이었음은 곧 밝혀진다. 전혀 그런 장르와는 동떨어져있다. 

아키히로는 출근 길에 작은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그 실수는 큰 구멍이 되어 그의 인생에 검은 점을 남겨 버렸다. 그는 도망가 버렸다. 살해현장에서. 그럼으로 말미암아 전국민에게 수배범으로 알려져 버렸다. 사실 그는 마츠가나를 죽이지 않았다. 목격자일 뿐이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난 것일까.

아키히로는 사회부적응자였다. 학창시절부터 그는 왕따소년이었고, 직장에서는 선배뿐만 아니라 후배에게까지 치이는 그런 인물이었다. 특히 선배 마츠나가는 남을 상처입히면서 즐거워하는 인간의 전형이었고 후배 와카기와 더불어 그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화를 낼 수 없는 인간이 아니다보니 아키히로는 와카기에게 "죽여버리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오해의 도화선이 되어 마츠나기를 죽인 범인으로 오인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늘 같은 전철을 타고 다니던 마츠나가가 선로에 떨어져 죽는 아침 아키히로가 현장에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꽤 가까운 거리에. 사실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긴 했다.

당황한 나머지 현장에서 도망친 아키히로는 곧 혼마 미치루의 집으로 숨어든다. 혼마 미치루. 그녀는 3년전 시력이변으로 완전히 앞을 볼 수 없으며 어린 시절 이혼한 어머니와는 연락두절에다가 작년 6월에 뇌졸중으로 아버지가 사망했기 때문에 혼자 살고 있는 여성이었다. 

보이지 않는 여성의 집에서의 칩거 생활. 남과 어울려 살아가기 부적합한 인간 둘이서 매일매일 함께 한 공간에 거주하는 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보이지 않지만 느끼는 여자와 들키지 않아야 하기에 숨죽인 남자. 어느 한 순간 서로의 존재를 서툴게 확인하면서 그들은 당황하기 보다는 함께 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건이 해결되고 아키히로가 범인이 아님이 증명되었지만 그 둘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사회 속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변하려는 희망이 엿보인다면 그건 바로 그들이 노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키히로는 미치루의 눈이 되어주고자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고, 미치루는 혼자서도 밖을 나다닐 용기를 갖게 된 것이다. 

오츠이치가 전달하는 감동은 의외성에 있다. 잔인하거나 슬프지 않으면서도 애잔하게 만드는 주인공들과 급해피엔딩으로 치닫지 않는 현실감 있는 결말.  살아가면서 어느 것이 더 나쁜가를 생각하던 사고방식을 어느 것이 더 나은가로 바꿀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내재된 소설과의 만남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고 전하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싶어했던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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