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들은 반촌 밖의 사람들과 달랐고, 서양은 반인들과 달랐지만 사실 다른 어떤 이들과도 같지 않았다.... 라는 문장을 읽고선 잠시 책을 덮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오죽했으랴. 한 집단에서 그들과 다르다는 것은 그들보다 뛰어난 삶을 살지 못한다면 짓밟히는 삶을 살아야함을 이 아이는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때문에. 백정출신,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양의인 박서양에 관한 이야기가 드라마로 검토되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박서양에 관한 책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조차 역사가들이 만들어놓은 시각이겠지만 적어도 드라마전에 그에 대해 찾아보는 것이 한 인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불행했다거나 슬퍼할 겨를조차 없이 전진하는 삶을 살다간 인물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신의 가장 호적수인 라이벌은 바로 자기자신이라는 말의 산증인처럼 살다간 남자. 신분을 뛰어넘고, 최초의 인물이 되기 위해 기존의 의술을 뛰어넘은 사람. 부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위해 1분 1초를 나누어 살았던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 드라마가 비록 명품드라마로 기억되지 못할지라도, 시청률이 높지 않아 매니아층만 구성하게 되더라도 묻혀 있던 한 인물을 발굴해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높은 점수를 줘야만 한다고. 서양이 살았던 시대는 말 그대로 격변기였다. 왕이 있되 왕이 없었고, 나라가 있되 나라가 없었던 시대. 갑신정변으로 나라가 어수선했고, 여러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한제국이라는 작은 나라를 호시탐탐 탐하고 있었고, 한 나라의 왕비가 자객의 손에 무참히 살해되는 무법의 시대. 그 시대였기에 신분을 뛰어넘은 그는 격변기 최대의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의 성공담에 혹해서 이 책을 읽게 된 건 아니었다. 이 소설이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긴 했지만 사람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세상살이 속에서 사람과 이야기를 빼면 대체 무엇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야할까. 그 두가지가 가장 재미나면서도 중요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는 또 어떤 결말을 가지고 우리를 찾아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순간이건 용기있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내는 그의 모습이 담기길 바라고, 가장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을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어면서 더더욱.